바다 보러 가자
새벽 한 시에 네 전화를 받고
이 시간에 무슨 바다냐는 내 말에
너는 봐야겠다며 보채고
나는 으레 그렇듯 못 이겨버린다
그래, 가자
나는 무쇠 같은 몸을 일으켜 옷가지를 집어 든다
심야 버스를 타고
소금 내 나는 동네에 내려 모래사장으로 간다
어서 가자
느릿하게 걷는 나를 재촉하여
너는 내 손을 끌며 앞장서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물살 소리만이 들려오는 이름 모를 곳에서
너는 바다가 운다고 말한다
바다는 새벽에 운다
새벽에 아무도 없는 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저 너머에서
울면서 아픔을 호소하는 것이다
나는 네가 지금 힘겨운 것을 알았다
너는 그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겠다
가자
차가운 밤이다
집에 오면서
내게 기대 잠든 네 머리카락을 쓸면서
나는 미련한 너에게 서운해졌다
바다는 새벽에 울어도 너는 그럴 이유 없다
너는 네 몸 안아줄 나 하나쯤 있으니
가지 마라
밤바다 같은 네 안에서 나의 독백이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