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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없는 세상 12화

낙향

by 이현성

바다 보러 가자

새벽 한 시에 네 전화를 받고

이 시간에 무슨 바다냐는 내 말에

너는 봐야겠다며 보채고

나는 으레 그렇듯 못 이겨버린다

그래, 가자

나는 무쇠 같은 몸을 일으켜 옷가지를 집어 든다

심야 버스를 타고

소금 내 나는 동네에 내려 모래사장으로 간다

어서 가자

느릿하게 걷는 나를 재촉하여

너는 내 손을 끌며 앞장서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물살 소리만이 들려오는 이름 모를 곳에서

너는 바다가 운다고 말한다

바다는 새벽에 운다

새벽에 아무도 없는 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저 너머에서

울면서 아픔을 호소하는 것이다

나는 네가 지금 힘겨운 것을 알았다

너는 그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겠다

가자

차가운 밤이다

집에 오면서

내게 기대 잠든 네 머리카락을 쓸면서

나는 미련한 너에게 서운해졌다

바다는 새벽에 울어도 너는 그럴 이유 없다

너는 네 몸 안아줄 나 하나쯤 있으니

가지 마라

밤바다 같은 네 안에서 나의 독백이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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