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번째 글
어느 칼럼에서 본 말이 마음에 쏙 들어왔다.
“인생을 두 배로 사는 법은 있다. 밀도를 높여 인생의 두께를 늘리는 것이다”
칼럼의 필자는 아침마다 시를 읽는 것으로 하루의 밀도가 달라짐을 체험했다고 한다.
최근에 바쁜 일상이 계속되고 일상은 똑같이 반복된다. 성격상 밖으로 돌아다니면서 에너지를 쏟는 스타일이 아니다. 직장과 집, 행동반경이 고정되어 거의 일주일이 그렇게 지나간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 적어지고 새로운 감정을 느낄 새가 없어지게 된다.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은 욕구는 크다. 다만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굳은 마음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공방 같은 곳에서 가죽으로 가방이나 지갑을 만들거나 목재를 가지고 원하는 가구를 만들어 보고 싶다. 그런데 나의 생활 반경에 그런 곳이 없다. 만약 하려고 하면 차를 타고 나가거나 버스를 타고 긴 시간을 가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선뜻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게으른 건 아닌데 그만큼의 시간을 투자해서 갈 만큼 내가 원하는 일인가 생각이 든다. 핑계일 수도 있다. 사실 게으른 사람일 수도. 가끔 인터넷 게시판 같은 곳에 연예인이나 일반인들이 자신의 본업을 하면서 틈틈이 많은 자격증을 따거나, 소소한 취미 생활을 자신의 ‘부캐’로 발전시켜 재미난 삶을 살아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글을 볼 때마다 ‘나도 이런 거 해보고 싶은데...’ 하면서 부러워하기만 한다. 그래서 이번에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한번 적어보고 하나씩 시작을 해보려고 한다. 이렇게 써 놓으면 눈으로 보는 게 있으니까 뭐라도 하지 않을까.
1. 공방에서 가죽, 목재 다루는 법 배우기
2. 스쿠버다이빙
3. 한자 3급 따기 (몇 년째 미루고 있는데.. 반드시 하자)
4. 3000 피스 퍼즐 맞추기 (액자로 만들기)
5. 손톱 깨무는 버릇 고쳐서 네일 샵 가서 네일케어 받아보기
6. 집 반찬 만들기 고수되기 (원하는 반찬 레시피를 찾아보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감 잡고 뚝딱할 수 있는 멋진 요리사 되기)
7. 멋진 남자 아이돌 노래 중 하나 정해서 춤 연습하기
8. 캠핑장 가보기
9. 공연 보기 (콘서트나 연극)
10. 별 보러 천문관측소 가보기
11. 나만의 캐릭터로 이모티콘 만들기
12. 한옥 게스트 하우스 같은 곳에서 숙박하기
13. 헌혈 100회 해서 명예장 받기
14. 악기 하나 진득하게 꾸준히 연습하기 (기타가 가장 유력한 후보)
15. 국가기술자격증 하나 따기
16. 만화 슬램덩크 전권 사기
17. 체지방 15% 이하 유지하기
18. 2주에 책 한 권은 무조건 읽고 기억에 남는 부분 기록으로 남기기
19. 책 한 권 출간하기
20. 바리스타 공부하기
20여 가지 정도 썼는데 올 한 해 달성할 수 있는 건 몇 개나 될까. 버킷리스트라고 하기엔 거창하고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일들을 적은 거라 다른 사람들은 공감이 안 될 수도 있겠다. 적고 나서 보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이 글 쓰는 초반, 하고 싶은 것들을 적어보는데 '~해보기'로 끝나는 것들이 많아서 곰곰이 생각하다가 '~하기'로 바꿨다. '~해보기'로 말을 끝맺으면 왠지 평생 안 할 것 같은 느낌이라 좀 더 강한 어조의 '~하기'로 바꿨다. 밀도 있는 삶이라는 건 어쩌면 밀도 있는 생각을 하게 됨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계획을 적어 놓은 것만으로도 반복적으로 살아가던 삶에 활력소가 되는 것이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