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 없을 때 SNS에 올라온 사람들의 짧은 사연 보는 게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같은 세상에 사는 나와 다른 사람들은 어떤 일들을 겪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보면 '이해하기가 힘드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별별 사람들도 있는 것을 깨닫고 '이건 내 이야기잖아!' 하면서 격한 공감을 하기도 한다.
나이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사회생활을 본격적으로 하고 있는 나이 때이기에 사회초년생 이야기들에 많이 눈길이 가게 된다. 그런 이야기 중에 이런 일이 일어날까 싶은 것이 나에게도 일어나는 걸 보면 나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이구나 느낀다.
오랜만에 대학교 친구가 연락이 왔다. 연락은 그동안 간간히 했지만 이번에는 무언가 이야기하려는 듯했는데 뜸을 많이 들이는 게 보였다. 사실 무슨 말을 할지 예상되었다. 보통 주변 친구들이 결혼을 한창 하고 있을 때라 결혼 이야기인가 보다 짐작은 했는데 뜸을 들이는 이유가 궁금했다. 상상력이 풍부한 덕택에 왜 이럴까 상상하다 보니 별별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었다. 결혼하는 이유가 좋은 이유가 아닌 건지, 결혼 상대가 소개하기 민망한 건지... 의미 없는 대화들이 몇 차례 오고 간 다음 친구가 드디어 이야기를 꺼냈다.
"나 결혼한당"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결혼한다고 연락했지만 그중에서도 진한 진심을 담아 축하해준 건 오랜만이었다. 그만큼 대학교 시절 너무나 친한 친구여서 좋은 일을 준비하는 친구가 별일 없기를 간절히 바랐다.
"아직 청첩장 이런 건 준비된 건 아닌데 네가 꼭 와줬으면 해서 미리 연락한다"
결혼 날짜는 한참 뒤였지만 나에게는 먼저 꼭 이야기하고 싶어서 빨리 이야기했다고 했다. 그동안 청첩장 나오고 나서 급하게 연락해 '잘 지내냐, 나 결혼한다, 와서 축하해주면 고맙겠다' 이런 연락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친구의 마음이 너무나 고마웠다. 응, 당연하지 꼭 갈게, 이야기하는데 친구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너 나 결혼할 때 꼭 와! 나 올 사람 없단 말이야"
이 말이 계속 머릿속에 남아서 대화를 마친 후에도 되뇌었다.
올 사람이 없다. 그동안 우리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친해지고 했지만 올 사람이 없다는 그 말이 너무 가슴이 아프면서 공감되었다. SNS에서 사람들의 사연들 중에 이런 비슷한 내용을 보긴 했다. 사연 속 글쓴이는 연락 온 친구와는 별로 친하지 않았고 같은 반일 때 대화 몇 번 나눈 것 외에는 접점이 없었는데 시간이 꽤 지나고 연락이 와서 결혼하니 꼭 와줬으면 좋겠다는 말에 당황했다고 한다. 친한 사람 결혼식도 사정상 못 갈 때도 있는데 그리 친하지 않은 친구가 연락 와서 결혼식을 와달라 하다니. 의아했지만 결혼식에 가서 글쓴이는 사정을 알게 되었다.
친구 측 하객들은 매우 적었다. 상대측 하객 수에 비해 초라했다고 표현했다. 결혼식을 무사히 마친 후 감사해하는 친구와 술자리를 하면서 친구가 살아온 길을 들었는데 자신의 꿈을 위해서 다른 친구들과의 연락을 끊다 보니 주변에 남은 친구들이 한 명도 없었고 그나마 자신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은 글쓴이를 포함한 몇몇의 친구들에게 연락을 돌렸던 것이라 했다. 이 이야기는 서로 둘도 없는 베프가 된 것으로 훈훈한 결말을 맺었다.
나의 친구에게 다시 시선을 옮겨본다. 친구는 성격이 밝은 편은 아니었지만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어려움이 있지는 않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부분에서 친해지는 데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사람 관계에서 선을 넘거나 예의 없는 행동을 하는 친구가 아니었기에 대학 이후 삶에서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문제는 없었다. 자신의 좋은 일에 불러서 축하할 사람이 없었을 뿐이다.
친구의 연락을 받은 뒤 내가 만약 결혼을 하게 되었을 때 연락을 해서 축하받을 사람들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손에 꼽을 정도였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결혼할 때 누굴 초대하나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좋은 일, 축하할 일, 슬픈 일, 힘든 일을 나눌 사람이 많지 않구나 라는 이미 알고 있던 세상의 진리를 한 번 더 씁쓸히 깨닫게 되었다.
물론 이런 일이 있을 때 부를 사람이 많은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중 진심으로 내 일을 자신의 일 같이 나누어 줄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다. 부러워하는 것이 아니다. 진심을 담아 마음을 전하고 나눌 사람이 있음을 내 친구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내가 너의 힘이 되겠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진심으로 연결된 사람들이 다수가 아니라 소수이기에 더 귀하고 감사한 것이라.
관계를 맺으면서 우리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우리들의 에너지를 베풀어주고 받기도 한다. 보통 우리는 우리가 나누어줄 수 있는 에너지만큼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여유가 있는 사람은 그 사람의 남는 에너지만큼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다. 그것이 좋고 나쁨이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남과 덜 관계를 맺는 만큼 나 자신을 더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거니까.
오랫동안 푹 고아진 사골국물을 먹을 때 따뜻한 기운이 몸을 감도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와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 나를 생각할 때마다 따뜻한 사골국물 같이 힘이 되고 함께하고 싶어하는 관계가 되길 바란다. 그런 사람 관계를 맺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