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겪은 일들로 인해 마음이 많이 복잡했다.
일하고 있는 병원 직원들이 몇 명 퇴사했지만 인력 충원은 하지 않고 계장급 임원들의 부서이동을 통해 어려운 부서의 인력을 채웠다.
우리 부서에서 이동하시는 분들은 1년이 안 되는 시간을 함께한 분들이었기에 떠나보내는 것이 너무 아쉬웠고 다른 사람들이 뭐라 하든 우리 부서는 지금의 인원으로 잘 굴러갔다고 생각했다. 처음 병원에 왔을 때는 오랜만에 하는 사회생활이라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이 컸는데 지금 부서에 계셨던 계장님 2분이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도움을 많이 주셨다. 상사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라디오에서 들을 때마다 나한테도 언젠가 일어나겠지라는 생각을 스쳐가듯이 가졌는데 그것에 비하면 나에게는 너무 행운 같은 상황이 펼쳐졌던 것 같다.
개인적인 마음으로는 같이 일하셨던 분들이 계속 일하길 바랐으나 현실상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안타까웠다. 솔직히 이야기해서 이런 상황을 만든 윗 분들이 너무 원망스럽기도 했다. 저번 주 동안에는 부서 이동하시는 분들끼리 인수인계를 하느라 남아 있는 사람들이 고생이긴 했지만 그것보다 나를 힘들었던 것은 앞으로 있을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는 것이 눈에 보였기 때문이었다.
글로 다 옮길 수 없는 상황이지만 간단히 얘기하면, 바뀌는 분들 중 일하는 스타일이 잘 맞지 않고 다른 과와 같이 일하는 '겸직'으로 오시는 분이 계시는데 그분에게 일을 맡기기 애매해서 결국은 남아 있는 사람들이 업무를 분배해서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렇게 일은 가중이 되는데 그에 따른 보상이나 처우개선은 병원 측에서 논의되지 않았다. 휴가도 병원 사정상 마음대로 가질 못하는데 속으로만 분통이 터진 채로 버티듯이 일하고 있었다.
오늘 점심때 병원 밖에 나와 하늘을 보는데 햇빛이 들지만 덥지도 않고 진짜 가을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의 여유가 조금 생기는 것 같아 즐거웠는데 그 와중에 같이 일하던 계장님 한 분의 모습이 계속 생각이 났다. 그분도 일이 많은 부서로 옮기시는데 싫은 내색을 하지 않으셨다. 병원에서 오래 근무하셨기에 병원 상황도 잘 아시고 어떤 부서에서 일하는 게 좋은 지도 파악하셨을 텐데, 다른 분들은 불평불만을 쏟아내는데 이분만은 조용히, 끝까지 자기 업무에 충실히 집중하셨다. 계장님은 떠나기 전 부서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 나누는 시간에 이렇게 이야기하셨다.
'어차피 사람 사는 인생 돌고 도는 것이고, 어딜 가든 내 마음이 중요한 거 아니겠어?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긍정적으로.'
어디있든 주어진 환경보다 내 마음이 중요한 것임을 잘 알고 있었는데 내 마음을 돌아볼 수 있는 짧은 시간이 생긴 오늘, 계장님의 모습과 말씀을 통해 불만 불평이 가득한 내 마음이 보였다. 혼자 힘들어하고 씩씩거리며 화를 참고 있는 내 마음. '그래, 어차피 당장 떠날 수도 없는데 새로운 일에 너무 겁먹지 말자. 배우자.'라고 마음이 조금은 정리가 되어 갔다. 마음의 방정리를 했던 것 같다.
완벽하게 불만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오늘 병원 밖에서 느낀 가을 날씨와 여유로움이 나에게 불평하는 나 자신을 달랠 시간을 선물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