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이라는 능력

#세번째 글

by 신푸름

부탁이란 단어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일을 해 달라고 청하거나 맡김. 또는 그 일거리.'이다.


부탁을 한다는 것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나 자신을 최대한 낮춰서 공손하게 해야 하는 약자의 모습이라 생각했다. 자존감이 낮았던 나였지만 부탁할 때만큼은 이상하리만큼 고집을 부려 웬만해서는 부탁을 하지 않고 나 혼자서 해결하려고 했다.


부탁하지 않으려고 하니 혼자서 방법을 익히고 일들을 해결해 나가서 개인적으로 일하는 머리는 좋아졌지만 나 혼자 스스로 해내 가는 모습은 부러지거나 휘지 않고 고개를 빳빳이 들고 서 있는 나무같이 보여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다가가기 부담스럽게 느껴지게 만들기도 했다. 나의 첫인상을 들어보면 굉장히 말이 없고 냉철한 이미지, 혼자서 알아서 잘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사실 그런 것이 아니라 궁금하거나 부탁할 것이 생겨도 말을 못 하고 나 혼자 끙끙거리며 방법을 찾다가 말을 안 하는 것뿐인데.


한 기사 칼럼에서 부탁이라는 것이 ‘성공을 위해 필요한 것을 요구하는 능력’이라고 했다. 부탁도 능력이라니. 능력 없는 게 한 가지 더 생겼다 하면서 투덜댔는데 생각해보니 성공을 위해서 요구하는 능력이라는 말 자체가 삶 자체의 주인이 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필요하니까 얘기를 해서 얻을 것은 얻는, 즉 목표한 것을 이루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알고 나에게 없는 것을 타인에게서 얻어낼 수 있는 것. 내가 바라는 너무나 멋진 모습이다. 혼자만의 능력과 생각은 한계가 있고 그 안에서 새로운 것을 찾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생각을 집이라고 하면 늘 같은 집에서 새로운 걸 창조해 내기는 힘들다. 있는 재료로 무언가 만들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한계이다. 같은 것들만 만들어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다른 집에는 분명 내 집에 없는 재료가 있을 수 있다. 그것을 부탁이라는 형식으로 빌려서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면 그것은 내 것이 된다. 또, 부탁하는 말 한마디로 나 혼자 해야 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처럼 말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매일 1,057개의 부탁 가운데 90%가량이 즉시 해결된다고 한다. 타인은 생각보다 나를 도울 준비가 되어있다. 낯선 사람이 뉴욕에서 휴대전화 빌리는데 평균 2번이면 성공한다는 어느 책의 내용도 있다. 너무 의지하면 안 되겠지만 나 자신에게 부담을 줄여주는 것도 자신을 사랑하는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오늘부터 작은 부탁이라도 하나씩 타인의 눈치를 너무 보지 않고 해보려 한다. 자취방에 화장실 문고리가 칠이 벗겨져 계속 가루가 떨어졌는데 오래되서 그런거라 당연히 생길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괜히 내가 일부러 그렇게 한 것 같아서 집주인에게 이야기 하기 눈치가 보였다. 먼저는 이 화장실 문고리를 고쳐달라고 집주인에게 연락을 해야겠다. 부탁의 연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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