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소리

#아홉번째 글

by 신푸름

아침에 출근하는 길이었다.

늘 귀에 꽂던 무선 이어폰이 주머니에 없어서 당황했다.

어디 갔나 가방과 주머니를 뒤적이다가 어제 입던 옷 주머니에 넣고 빼지 않고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나왔음을 깨닫고 어디에다가 두었지 기억하느라 분주하게 머리를 굴리던 것을 멈추었다.

오랜만에 음악 없이 출근하는 길이 되었다.


집 밖으로 나와서 장을 보러 가던지, 친구를 만나러 가던지, 어딘가 나와서 걸을 때마다 함께 했던 건 이어폰과 음악이었다. 이어폰은 외부 세상과 나 자신을 구별시켜주고 듣고 싶은 음악들로 나의 내부를 채워 음악 장르에 따라 신나는 기분으로, 때로는 차분한 기분으로 시간을 보내게 해 준다. 넓은 세상 속에서 나만의 작은 공간이 생긴 느낌이다. 그 속에서는 내가 주인공이기에 내가 하고 싶은 생각과 상상을 마음껏 펼쳐 나갈 수 있다. 음악을 듣고 여러 생각을 하다 보면 어느새 가려던 곳에 도착해서 주섬주섬 이어폰을 빼고 일정을 준비하게 된다.


오늘은 나만의 공간에 들어갈 열쇠가 되어줄 이어폰이 있지 않았다.

조금은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아침 출근길 한번 걷는 것에 집중해서 가보자라는 생각으로 출발하게 되었다.

참 신기한 건 걷다 보니 이런 소리가 들렸다.


차바퀴에 작은 돌들이 밟혀 달그락 거리는 소리,

차들이 속도 내는 엔진 소리,

쌩 하고 지나가는 바람 가르는 소리,

종종 창문을 열고 가는 차에서 밖으로 새어 나오는 큰 음악 소리 등등 차에 관련된 소리만 해도 여러 가지가 있었다.


걸을 때 땅을 밟으며 나는 발걸음 소리,

걷고 있는 나의 몸의 흔들림에 따라 들썩거리는 휴대폰 충전기와 노트가 가방에 부딪히는 소리,

시원한 아침 공기를 마시고 있는 숨소리….


평소에는 음악을 듣는다고 귀를 막고 있느라 들리지 않던 소리들이 왜 이리 신선하고 재미있게 들리던지.

그냥 일상적인 소리였지만 오늘따라 너무나 신기하고 새롭게 느껴졌다. 이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 너무 여유롭고 마음만은 부자 같다는 말이 지금 세상에 귀를 열고 걷고 있는 나에게 너무나 와 닿았다.



코로나 19 사태를 지나면서 우리는 당연하고 일상적인 것들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좋은 경치 구경하러 멀리 떠나는 것도, 사람들 많은 곳에서 공연 보는 것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던 일들을 할 수 없게 되자 그 시간들이 얼마나 가치 있고 소중한 것이었는지 돌아본다. 잠깐의 시간이긴 했지만 출근하러 가는 길에서 느낀 여유와 소중함이 한없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한 번씩은 이어폰 없이 주변을 둘러보면서, 어디서 어떤 소리가 나는지, 내 피부를 스쳐가는 바람의 느낌은 무엇인지 전신의 감각을 외적으로 집중해서 걸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좋아 보인다. 내일은 어떤 소리가 나를 반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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