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려도 꾸준하게, 내 페이스대로 변하자

꾸준한 변화의 힘을 믿는다.

by 신푸름

최근에 경제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를 시작한 이유에 대해서 묻는다면 막연한 부끄러움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뉴스에서 경제 이야기가 나오면 이해하기 어려우니 관심이 없었다. 그 경제라는 녀석이 최근 3년 전만 하더라도 나와는 크게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다. 경제 지식의 힘을 몰랐던 나는 무지했고 무지한 만큼 부끄러움도 없었다. 무식한 놈이 용감하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 말의 실체가 나였다.


우리 생활에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경제에 대해서 피부로 와닿기 시작한 건 본격적으로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여윳돈이 생기고 돈 관리를 직접 할 때였다. 초반에는 용돈 받으면서 살았던 지난날에 충족하지 못한 사고 싶었던 것들, 하고 싶었던 것들을 마음대로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이가 들고 주변 지인들은 하나둘씩 결혼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내 집'이 있어야 하고 '노후'도 생각해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모아 힘겹게 살아가는 영끌족이 한참 유행할 때 나는 그때까지도 정신 차리지 못하고 '내 처지에 언제쯤 집 하나 마련할 수 있을까?' 궁금해서 청약 홈페이지나 카페 글로 가볍게 상황을 '관망'했다가 억 단위의 돈들을 접하고서는 머리를 한대 얻어맞게 되었다. 듣기만 하던 '억'이라는 숫자와 비교하면 내 통장 잔고의 '0'들은 무척이나 초라했다. 단순한 10배 100배가 아니었다.


'지금 저 억 단위의 집에 사는 사람들이 나와 같은 사람들일까? 30대에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도대체 얼마나 돈을 벌길래 살 수 있는 걸까?'


정말 '억'소리가 나는 신음이 나왔다. 그동안의 지출은 인생 수업비로 냈다고 생각하고 당장 달라지기 위해 무언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경제 공부였다.


지금은 옆에 함께하고 있는 사람과 미래를 같이 그려가고 있다. 떼돈을 버는 부자가 아닌 이상 같이 지내면서 어려움을 많이 겪을 부분이 경제적인 부분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바라보니 경제에 무지하면 부끄러운 게 문제가 아니라 당장 먹고 사는 문제로 번지니 어렵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몇 주전 친한 친구와 이야기하면서도 이런 지식의 격차를 느끼며 경제 공부에 대한 필요성이 커져갔다.


친구는 지금 부동산 시장의 흐름들을 그 분야에서 전문적으로 일하시는 분들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대략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대화 나눌 수 있는 정도로 지식이 쌓여 있었다. 주변에 이런 부분을 깊게 연구하시고 블로그 운영을 하시는 분이 계셔서 귀동냥으로도 듣고 부동산 관련 뉴스도 보면서 공부했다고 하는데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는 나는 친구가 하는 말에 맞장구만 쳐 주면서 '그렇게... 그렇지... 나도 그렇게 들었던 것 같아'라는 말만 반복했다. 친구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도 구별할 수도 없었고 친구 말 중에서 이해한 건 전체 10%도 안 되었는데 말이다.


경제 공부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날. 일단은 내가 어느 정도 수준에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인터넷에 있는 경제 신문 1면을 한 번 훑어봤다. 평소에 뉴스는 꾸준히 봐서 큰 맥락은 알겠는데 단어의 자세한 뜻을 설명하라고 하면 입을 열 수 없었다. 예를 들어 '금리'라는 흔히들 많이 쓰는 용어를 기사 전체적으로 보면 돈으로 뭔가를 해서 만들어진 이익이라는 '느낌'은 알겠는데 정확한 뜻과 '금리가 올랐다, 금리가 내렸다' 같은 현상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가 잘 와닿지 않았다. '금리가 이자인가? 근데 물가를 잡으려고 왜 금리를 올리지? 왜 미국 연준 금리를 계속 뉴스에서 이야기할까?' 등등의 많은 질문들이 곧바로 떠올랐다. 갈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꾸준함이 나의 힘이고 장점이니까.


하루에 경제 신문의 기사 하나씩을 선정해서 기사를 요약하고 그 기사에서 잘 몰랐던 개념 하나를 정해서 나만의 방식으로 정리해보기로 했다. 주 7일 하는 건 너무 힘들 것 같아서 월, 화, 목, 금 주 4회로 정해서 진행했다. 처음에는 단어 자체가 생소해서 이 단어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다 표시해서 따로 모아 단어 뜻을 찾고 정리했다. 경제원리 자체가 이해가 안 되는 건 내가 직접 도표나 그림을 그려서 정리해봤다.

경제 원리가 이해 안돼서 그림과 표로 정리해 본 예시.

틀리든 말든 일단 내가 이해한 선에서 최선을 다해 정리해보기로 했다. 만약 나처럼 경제를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이해하기 쉽게 단어도 어려운 단어를 순화시켜 정리했다. 누군가를 가르친다고 생각하고 정리해보니 내가 제대로 알고 있어야 다른 사람을 가르칠 수 있기에 막연하게 정리할 수 없었다.


처음에 노 베이스였던 경제 지식이 점차 쌓여가기 시작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현재 이 글을 쓴 날을 기준으로 27개의 기사를 정리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급격한 변화를 논하기엔 이르지만 꾸준하게 함으로써 보이는 변화가 있어서 의욕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만 느끼는 변화일 수 있지만 계속 경제 기사를 요약하고 정리하다 보니 겹치는 내용이 제법 있기도 했고 어떤 날에 정리한 기사 내용이 원인이 되어서 일주일 후에 어떤 정책에 영향을 준다든지 하는 흐름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전에 이런 정책을 시행한다고 했었는데 오늘 그 정책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하는구나!'


원인과 결과가 보이니 다른 비슷한 흐름의 경제 기사 내용들도 100%는 아니지만 전보다 이해가 되어서 내가 정리한 개념을 적용할 수 있는 기사가 더 있는지 찾아보기도 했다. 경제 관련된 책들도 하나둘씩 읽기 시작했다. 단순하게 두꺼운 책은 끝까지 읽기 힘들 것 같아서 얇은 책부터 읽었다. 책에서 소개하는 경제 공부 방법이 있다면 나에게 적용할 수 있을 만큼만 적용했다. 너무 급격한 변화보단 꾸준한 변화가 나에겐 맞았다. 그리고 이런 꾸준함이 엄청난 스노우볼이 되어 나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믿는다.




자청의 '역행자'라는 책에서 이런 예화가 나온다. 멍게는 유충일 때는 정착하기 전 얕은 바다 여기저기를 이동한다. 이후 어느 한 군데 자리를 잡고 살게 되면 자신의 뇌를 먹어 치운다. 뇌는 원래 운동을 제어하기 위한 신경다발이었는데 움직일 일이 없게 되니 뇌가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인간은 진화를 거듭해서 상상을 초월하는 슈퍼컴퓨터가 된 덕택에 인간의 뇌가 필요가 없어져 스스로 먹힐 일은 없다.

멍게는 정착한 덕분에 어딘가로 이동할 걱정을 할 필요가 없고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기만 하면 된다. 사람의 입장에서도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최선의 삶의 방식일 수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진 않았다. 멍게처럼 주어진 환경에 맞춰서 살면 피곤하지 않고 잔잔하게 살아갈 수도 있다.


나도 그런 삶을 간절히 바라고 지금 갖춰진 안정적인 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을 두려워한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어쩌면 지난 몇 년 동안 꾸준히 새벽에 몸을 움직여서 체질개선을 해봤던 경험과 구직을 위한 여러 자격증 공부를 하면서 느꼈던 경험들을 통해 조금씩이라도 몸과 마음을 움직여서 변화하는 것의 중요함을 제대로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 올 한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올해는 다 지났으니까 내년에 새로운 일을 해야지 막연하게 미루지 말고 시작할 수 있는 일들은 바로 해보자. 무언가 시작하려고 하는데 마음의 힘이 부족하다면 그 힘부터 기르는 것이 우선이지만 대부분은 할 수 있는데 당장 급한게 아니니 미루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경제 공부처럼 조금씩 모르는 분야를 알아감으로 생각의 폭도 넓어지고 꾸준함이 가져다주는 변화로 인한 자신감으로 무장하는 힘을 우리 모두가 경험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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