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의 마음은 절골지통(折骨之痛)

#열여덟번째 #취업준비

by 신푸름

며칠 전 아침 뉴스에는 이런 내용들이 경고문처럼 떠다녔다.


'영끌족 어쩌나... 영끌족 곡소리... 영끌로 고통받는 청년들....'


요즘 경제, 사회면에서 이야기하는 '영끌'의 의미는 영혼까지 자금을 끌어모은다는 뜻이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시기에 집을 사지 않으면 벼락 거지가 되는 경제 환경은 새로운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젊은 청년들의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저금리 시대를 노리고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투자, 주식 투자에 뛰어들었지만 코로나 회복기에 접어들게 되면 금리가 점점 오를 것임은 다들 인지는 했을 것이다. 정말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모습들이었다.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줄여서 '주담대')가 2009년 이후 13년 만에 7%를 돌파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미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p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 영향이 우리나라에도 크게 미치게 되었다. 생각보다 빠른 금리 상승에 올해 안으로 주담대 금리가 8%를 돌파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슬슬 나오기 시작하면서 ‘영끌족’들의 부담은 더해지게 되었다.


집을 사기 위해 영혼까지 끌어모을 자신을 마련하려면 수입이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지금의 직장보다 더 나은 곳을 가기 위해 나의 지난 한 달은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었다. 자격증 준비에 열을 올리느라 글을 쓸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바로 내 눈앞에 주어진 현실이 어둡게만 느껴지니 정해진 기한 내에 공부하면서 시험 보는 날까지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렸다. 이것밖에 내가 지금 할 수 있는게 없다는 생각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자격증 2개를 따긴 했다. 취업 플랫폼에 따놓은 자격증을 추가해서 이력서를 수정하니 이직 제안이 근 반년 간 없었다가 2-3건씩 들어오고 있다. 지금 일하는 병원에서 경력도 쌓였고 스펙도 조금이나마 오르니 헤드헌팅 기업들이 눈을 반짝이면서 이 녀석은 어떤 싱싱한 녀석인지 간을 보고 있는 것 같다. 마치 수족관 안에 갇혀 구경거리가 되는 열대어 같은 느낌이랄까.


여자 친구와 이직 방향에 대해 내가 어떤 마음으로 이직 준비를 하고 있고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여자 친구가 그동안 나의 이직준비를 바라보면서 생각이 들었던 아쉬운 점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전문적이지 않고 다른 곳에 가서 경력으로 쓰기 어려운 일이다. 사무행정이라고는 하지만 원무과나 총무과 같이 전산 업무를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서 다른 사무행정에 지원한다고 하면 억지로 끼워 맞추듯이 이야기를 지어내야 했다. 대부분의 회사의 사무행정은 인사, 회계, 총무 등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지금의 나는 그런 경력을 쌓고 있는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1년 9개월 정도 일하면서 다른 과로 옮길 기회도 있었다. 그럴 때 나는 남는다는 선택지를 택했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간 부분이 여자 친구는 아쉽다고 했다. 다른 과로 옮겼으면 지금보다 경력이 인정되는 다른 곳으로 이직하기 수월했을 시간이 많이 지났기 때문이다.


내가 결정을 잘못 내린 부분이 크다. 일하면서 사람들하고도 많이 안 부딪히고 내 업무만 잘하면 되는 안정적인 자리를 얻었다고 생각해서 이곳에 뿌리를 내려볼까 하는 마음도 컸다. 그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들어온 타과 이동 제의는 나에게 크게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사람과 많이 부딪히는 일을 굳이 경험할 필요는 없고 여기서 열심히 일해서 더 높은 직급으로 올라가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애매한 태도로 거절을 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병원 내에서 업무하는 사람들 간에 안 좋은 모습들이 많이 보이고 나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지 않아 보이니 여기 계속 일해야 한다는 확신이 점차 사그라들었다. 더 나은 곳을 옮겨야 하나라는 생각에 이직에 도움이 되는 자격증을 하나둘씩 준비해서 따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인정되기 어려운 경력만 쌓이고 나이도 들어가는 것은 잘못 내린 결정의 뼈아픈 고통처럼 다가왔다.


여자 친구의 말은 세정제로 말끔하게 닦은 거울로 내 모습을 솔직하게 보는 것과 같았다. 치부도 선명하게 보이고 묻고 있던 상처도 올라와서 존재감을 슬그머니 드러냈다. 바라보기 두려워서 그동안 닦지 못했던 거울이었는데. 부끄러움이 독이 되는 건 한순간이다. 인정하지 못하고 자기 방어만 하려고 하면 독이 되어 상대방과 나 둘 다 상처받고 끝나게 되는데 인정하게 되면 쓰지만 약이 되어 나를 건강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여자 친구의 말을 듣고난 직후는 독인지 약인지 경계에서 아슬아슬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인정하지 않으면 내가 이전과 같은 실수를 할 것 같아서 맷돌로 콩 갈듯이 안 좋은 감정을 맷돌 구멍에 넣어 조금씩 갈아냈다.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쓴 약으로 들이켜고 나니 방향이 전보다 확실히 보이고 해야 할 일들이 명확해지는 것 같았다. 여자 친구에게도 그동안에 했던 선택들과 그 선택을 하면서 들었던 생각을 털어놓으면서 내 손에 쥐고 있던 단단한 자기 방어의 방패를 내려놓았다.


취업준비를 위해 집중해서 강의를 듣는 청년들의 모습 / 전자신문


통계청에서 우리나라 실업률은 2022년 6월 기준으로 2.8%라고 한다. 이는 적은 수치로 보이지만 조금 뜯어보면 좋은 것만은 아니다. 통계청에서는 실업률을 계산할 때 '조사대상주간에 수입을 목적으로 1시간 이상 일한 자'를 뺀다. 코로나 이후 늘어난 아르바이트 형태의 배달 라이더 등이나 공공기관에서 단기간으로 뽑은 계약직 근로자는 포함되지 않는 수치다.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살아가기 위해 아등바등 발버둥 치고 있는 청년들이 이런 현실을 맞닥뜨리면서 나 자신도 솔직하게 꾸밈없이 바라보는 것이 뼈를 깎는 듯이 고통스럽고 힘들겠지만 인정할 부분은 빨리 인정해서 뿌옇게 비쳐 보이는 미래가 아니라 맑고 깨끗한 미래를 바라보고 준비해나갈 수 있게 마음을 정돈해보자. 한 달여간 글을 쓰지 않고 혹독한 현실을 바라보면서 휩쓸려 다니다가 조금 정신 차리고 몇 자 적어본다. 이 다짐은 다른 누구에게가 아닌 나에게 보내는 응원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어제 보다 오늘 나는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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