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의 나

올해의 지극히 주관적인 결산

by 신푸름

작년 이맘때쯤, '2021년의 나'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었다. 올해의 OOO라는 주제를 가지고 한 해를 결산해보는 시간을 가졌었는데 소중한 하나의 추억이 되었다. 이번 2022년도 어떤 것들이 나에게 큰 영향을 주었을까 돌아보았다. 올해의 지극히 주관적인 결산 시작해보려한다.


올해의 장소


잊을 수 없는 역대급 폭우

처음 하는 장거리 여행이자 처음 경험해본 폭우 속 운전을 잊을 수 없다. 여행 출발부터 쏟아붓던 비는 여수 가는 길 중간에서 절정을 맞이했다. 심해지는 빗줄기에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고 사고가 날까봐 잔뜩 긴장해서 운전대를 꼭 잡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옆 차선에서 차량들이 속력을 내서 지나가면 빗물이 전면 유리창에 철퍽하고 쏟아져서 잠깐 동안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아 아찔한 상황도 있었다.


고생해서 도착한 여수에서는 다행히 비가 별로 오지 않아서 기분 좋게 여행을 즐겼다. 3박 4일이라는 기간, 차를 이용해서 다니니 원하는 곳 어디든 갈 수 있어서 무척 좋았다. 예전 여행은 차 없이 도보로 다니느라 체력적인 문제로 많은 곳을 돌아다니지 못한 것이 아쉬웠었다. 이번에는 '차'라는 아이템 덕택에 가고 싶은 곳을 거리때문에 고민해서 가지 못하는 것이 아니고 '차가 있으니 갈까? 말까?' 하는 선택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첫날 여수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었던 케이블카,

멋진 전시작품과 효과들로 눈호강을 했던 아르떼뮤지엄,

우리 커플의 '고생의 대명사'인 경주 여행의 금장대가 잠시 떠오르게 했던 순천,

마지막 날을 장식했던 녹테마레까지.


자칫하면 '이왕 여행 왔으니 그동안 못해봤던 거 다해보자!'라는 마인드로 바쁘게 많은 곳을 다니느라 여유를 즐기려 온 여행이 일처럼 느껴질 수도 있었겠지만 이번 여수 여행은 잘 쉬다가 온 좋은 여행으로 여자친구와 만족할 수 있었다.


올해의 책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손웅정 저 / 이미지출처 : YES24

남자들은 보통 스포츠 하나에 관심을 가지고 미쳐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축구는 안 좋아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공통관심사이면서 전날 있었던 해외 축구 경기 중 슈퍼 플레이가 나왔다면 다음날 직장에서 만나는 분들마다 '어제 축구 보셨죠?'라는 한 마디면 화젯거리가 걱정이 없을 정도다. 그런 분위기에서 나는 정말 무심할 정도로 축구에 관심이 없다. 예나 지금이나 나에게 축구라 하면 남자들의 단합을 위한 도구로 끌려나가듯이 참여했던 하기 싫은 스포츠이며, 공을 막기 위해 허둥지둥거리다가 꼬이는 스텝으로 몸개그를 하는 나의 모습이 마치 어느 무대 위에 비참한 이야기의 조연이 된 듯한 기분을 만드는 운동이다.


한국에서 해외리그로 진출한 선수 중 레전드의 반열에 오르고 있는 손흥민 선수라 할지라도 나에게 있어서 큰 관심을 주진 못했다. 올해 말 전 국민의 관심을 끌었던 2022 카타르 월드컵 때가 되어서야 조금 눈길을 가지기 시작했다. 부상투혼을 발휘하여 안와골절 상태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뛴 정신력은 애국심, 책임감을 넘은 무언가가 있을 것 같았다.


손흥민의 놀라운 정신력의 배경은 그의 아버지 손웅정 감독이었다. 기본을 중시하고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은 '독하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릴 때부터 새벽에 일어나 운동하고 집청소를 하는 생활 습관은 철저함으로 가족들에게 모범이 되었다. 화려한 잡기술보다 튼튼한 기본기를 강조하면서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해나가는 모습이 성실한 나의 아버지와도 겹쳐 보여서 손웅정 님이 쓰신 책의 내용에 집중할 수 있었다. 두 분이 계시는 분야는 다르지만 꾸준함, 책임감의 모습은 같았기에 닮아가고 싶었다. 부모로서의 자식을 위해 표현하는 것들이 각자 다르더라도 진심은 와닿는 것 같다.


많은 말 없이 할 말만 하지만 자신의 일을 똑 부러지게 해내는 사람들을 만나면 차갑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의 속 마음의 진심은 누구보다 뜨겁다. 삶의 가치가 성공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성장과 행복에 초점을 맞춘 따뜻한 사람. 주변에 이런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느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해 본다.


올해의 사람(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 2명이 있다. 지금 내가 만나는 여자친구와 서로 안 지도 꽤 오래되었다. 그 친구들은 서로 만나기 시작한 지 꽤 되었고 어쩌다 보니 우리 커플과 만나게 되는 일이 잦아지게 되었다. 처음 알게 되었을 때는 서로 대학생이었고(무려 20대 초반이었다!) 순수한 목표를 향해 서로 열심을 냈었는데 어느새 직장인이 되어 출퇴근의 고통과 직장 내의 스트레스, 각자 미래 준비로 인한 고충과 생각을 나누면서 끈끈해진 관계가 되었다.


만날 때마다 감사하고 행복한 감정이 드는 귀한 인연들


주변에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그런 과정을 마음 시원하게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이 없었다. 서로의 처지가 비슷하다 보니 서로의 상황을 공유하고 이야기 나눌 기회도 많아지며 응원과 위로를 나눴다. 이 친구들과 함께하고 있는 단체창이 내가 참여한 단체방 중 제일 활발히 활동하는 곳이다. 친구들은 서울에 갈 때마다 멋진 코스를 준비해줬는데 동선에 따른 적당한 휴식과 만족 적중률 100%의 맛집 선택은 이를 위해 얼마나 정보를 찾아봤을지 엿볼 수 있었다. 만약 이 친구들이 여행사를 운영해서 코스 후기리뷰에 별점을 줄 수 있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5점 만점에 5점 줄 수 있다.


요즘 각 방송사마다 연예대상, 연기대상을 진행하고 있다. 수상한 사람들은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가장 생각나고 감사한 사람들을 호명한다. 나도 그런 자리가 생긴다면 가족들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이야기할 때 이 친구들을 빼놓지 않을 것이다. 귀한 인연이 끝까지 이어지길 소망한다.


올해의 루틴

올해 조용히 시작한 블로그. 이젠 경제 공부하면서 올린 글이 더 많아지고 있다.


2022년부터 새롭게 시작한 일이 있다. 바로 블로그 운영이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플랫폼으로 나의 활동영역을 넓혀보려고 했다. 처음에는 브런치의 글을 공유해서 많은 사람들이 읽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막연히 시작했다. 몇 개월 하다 보니 브런치와 블로그의 이용자들의 성격이 차이가 있음을 알고 블로그는 개인적인 취미생활이나 최근 시작한 경제공부를 정리해서 올리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수익이 나는 것도 아니고 주 4회 글을 올리는 활동은 바쁜 하루 일상에 할 일만 더해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다. 하지만 나의 강점인 꾸준함을 녹여낼 수 있는 무언가를 계속한다는 것이 기분은 좋다.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 아니라 자신감을 더해주는 작은 일상이 더해져서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또한 생소한 분야를 공부하는 것은 두뇌활동에 새로운 자극제가 된다. 이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경제라는 분야의 바닷속에 무작정 뛰어들어서 고생하고 있다. 차가운 바닷물에 놀라 허우적거리듯이 처음에는 알아가야 할 것이 너무 많아 막막했지만 조금씩 몸에 힘을 빼고 물 위에 둥둥 떠서 어떻게 이 바다를 돌아다닐까 요령을 익히는 중이다. 2020년부터 시작해온 꾸준한 운동이 체력을 키워줬고 이 체력은 새로운 것을 시도할 에너지를 담는 그릇이 되었다. 꾸준히 키워진 체력만큼 담긴 에너지도 많아졌다. 운동도 그러했듯이 올해 새롭게 추가된 루틴이 나를 발전시킬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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