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것으로 오래된 것을 지키기
유독 다른 사람보다 빨리 닳는 내 운동화를 보고나서
by
신푸름
Mar 1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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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운동화도 여기까지었다.
운동을 다녀온 뒤 신발을 벗었는데 하얀 양말 뒤꿈치에 핏자국이 굳어 있었다.
닳고 닳은 운동화 안쪽 뒤축에 뒤꿈치가 쓸려서 까진 모양이다.
이미 운동화 천에 큰 구멍이 나서 임시방편으로 뒤꿈치 패드를 사서 붙였
었
다.
하지만 패드가 신발을 신고 벗을 때 계속 쓸리는 것이 문제었다.
패드의 접착력이 버티질 못하고 연약해져서 너덜너덜거리기 시작했다.
패드를 붙였지만 신고 벗다 보니 접착력이 떨어져서 너덜거린다.
그렇게 닳은 모습을 모른척하고 싶었다.
같은 원인으로 인해 운동화를 산 지 2개월 조금 넘었다.
그런데 또 운동화를 사야 한다니 신발에 남들보다 돈을 몇 배 쓰는 것 같아서 억울했다.
남들보다 많이 걷는다고 하지만 이렇게까지 빨리 닳는게 정상인 건지 알 수 없었다.
운동화가 너무 빨리 마모되는 원인이 무엇일까, 비정상적으로 닳는 건 아닌가 궁금하여 일상생활 질문을 하는 사이트에 질문을 올려봤었는데 돌아오는 답은 '많이 걸으니까 빨리 닳는 건 당연하다'는 것이었다.
신발 신는 습관이 잘못된 것 아닌가 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나름대로 신발을 아끼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있다.
매번 구둣주걱으로 뒤축을 보호하면서 신으며 뒤축을 절대 꺾어서 신지 않는다.
고급 구두 신듯이 정말 조심스럽게 신는데도 어느새 구멍이 나있는 것을 보면 이런 노력이 무슨 소용일까 싶어서 허탈감이 든다.
나보다 더 많이 걸을 것 같은 러닝 선수들의 유튜브 영상을 참고하기도 했다.
지속적으로 걷거나 뛰면 우리의 체중 때문에 운동화의 쿠션이 마모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쿠션이 온전한 기능을 하지 못해 충격이 온전히 흡수되지 못한다고 했다.
그래서 흡수되지 못한 충격 때문에 발바닥과 발목 쪽에 무리가 가서 부상이 일어날 수 있으니 운동화 교체 시기는 6개월 전후가 적당하다고 했다.
그럼 나는 저렇게 전문적으로 뛰시는 분들보다 배로 운동해서 빨리 닳는 걸까.
그렇다고 보기엔 내 허리에는 살들이 한가득인걸.
뒤꿈치 상처에서 나온 피가 밴 양말을 세탁기에 던져 넣으면서 어떤 운동화를 사야 하나 고민했다.
좀 괜찮은 운동화라고 생각해서 가격을 보면 10만 원이 훌쩍 넘고
그래도 마음 먹고 사려고 하면 발이 남자치고 평균보다 작아서 재고가 없을 때가 많다.
인터넷으로 사기엔 직접 신어보지 않고는 편한지 아닌지 모르기 때문에 함부로 살 수 없다.
문제는 운동화가 닳는 속도 때문에 이런 귀찮은 고민을 남들보다 많이 해야 하고 운동화를 사고 나서도 매번 뒤축이 닳을까 봐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다.
러닝이나 걷기 운동을 하지 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건강한 체력을 위해서는 버릴 수 없는 습관이다.
어쨌든 닳은 운동화를 계속 신으면서 피를 볼 순 없다. 닳았으니 교체해야지.
교체하더라도 이번에는 오래 신고 싶다.
돈도 돈이지만 익숙해진 것을 버리는 것이 쉽지 않다.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내 발에 길들여진 신발을 버릴려니 아까워서 패드도 붙여보고 온갖 노력을 해본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을 다해보니 버려야 할 때에 미련은 없다.
헌 운동화는 깔끔하게 버리고 다시 새로운 신발에 낯을 가리고 익숙해짐을 시작해야겠다.
그리고 새 신발의 새로운 느낌으로 꽤 오래 유지하고 있는 습관을 지켜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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