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소금산 그랜드 밸리, 출렁다리 울렁다리를 걷다

[내 맘이 출렁출렁, 울렁울렁]

by 지금도바다

오후 비예보로 '한 번 더 미룰까' 하다 첫 차로 출발하는 원주행 버스를 탔다.

망설이면 또 언제 갈지 모르기에 마음이 바뀌기 전, 버스를 예약했다.

여행에 있어 날씨 걱정은 사치다.


속초에서 원주로 가는 길은 옛 완행버스와 닮았다.

국도를 달리며 작은 터미널을 만나는 것도 재밌고 오래된 풍경을 보는 것도 아직은 낯설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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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원통등 터미널표지도 있지만 작은 정류장이 터미널을 대신하는 소소한 재미도 있다



처음으로 가는 원주 여행은 '버스가 멈추지 않고 더 빨리 달리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설렘의 마음이 버스보다 앞섰다. 소풍 가듯 마음만은 아이처럼 콩닥콩닥 들썩인다.

여행은 가끔 나에게 이런 마음을 선사한다. 매번 가는 곳도 좋지만 첫 여행지는 나도 모르는 긴장감과 두려움, 설렘을 느끼게 한다. 아직까지도 나에게 푸짐한 선물을 안겨주는 여행을 떠나볼까? 준비됐지?


터미널에서 '원주 시티투어버스'를 타고 간현관광지에 내렸다. 소금산 그랜드밸리가 있는 곳이다.

아직도 공사가 한창이다. 주변이 어수선하지만 수려한 경관을 놓칠 수는 없었다. 출렁다리에서 소금 잔도, 스카이워크, 울렁 다리에 이르기까지 그랜드 밸리 완성으로 입장료가 2배 이상 올랐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가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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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시티투어버스 안내 표지판과 간혈 관광지 앞에 있는 등산로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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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파크로 가는 열차다



소금산 봉우리를 잇는 출렁다리길이 200m로 한 발자국씩 옮길 때마다 오싹해져 오는 마음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성큼성큼 걷는 사람, 나처럼 부들부들 떨며 걷거나 손은 잡고 균형을 맞춰 걷는 사람들이 있다. 먼저 가는 남편을 부르는 소리에 용기 내 말했다.

"제 손잡고 같이 가실래요?" 흔쾌히 그 여자분의 동의로 함께 다리 위를 걸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나도 모르게 그 출렁다리 한가운데서 SOS를 외쳤다.

내가 여길 왜 오고 싶었는지 생각도 나지 않는다. 다만, 이 길을 빨리 걸어 끝내고 싶은 마음뿐이다.

왜 이렇게 시간은 더디고 발길은 떨어지지 않는지 혼자 온 걸 후회했다. 그래도, 남편이 쿨하게 나와 걸으라며 먼저 가서 그 아내의 손을 잡고 함께 의지 했으니 그것만으로도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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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3_110816.jpg 올라가는 내내 마음을 비우며 천천히 걸었다


도착 후, 두근거리는 심장을 다독이며 사진을 찍었다. '이 절경을 보기 위해 여기 왔구나.'아찔하게 솟은 기암괴석을 보니 건너오길 잘했다. 초입보다는 건너와 보니 밀림 속에 있는 착각이 들 정도로 환상적이다.

여행을 다니면 힘들기에 더러 포기하는 길이 있다.

끝이 보이지 않아 되돌아갈 때는 찰나지만 지나칠 때는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이곳도 고소공포증으로 포기했다면 후회할 수 있는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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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은 혼자보다는 누군가와 함께 걷고 싶다


가보지 않는 길은 그 끝을 알 순 없지만 극복한다면 그 길은 또 갈 수 있다.

그 길은 좋은 길일 수도,

아니면 두려운 길일 수도 있지만

여행은 그 모험이 없다면 재미가 없다.

밋밋하면 생각도 멈추기에 새로운 도전은 인생에 있어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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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렁다리 와 출렁다리


긴장을 풀며, 블루베리를 한 아름 입에 물고 다시 계단을 올라 중국 장가계의 잔도와 같은 소금 잔도를 걸었다. 때론 나무테크 길로, 때론 아래가 훤히 보이는 철 길로, 때론 투명한 유리 길로 소금산 절벽에 붙은 좁은 길이다. 다시 심장이 빨리 움직인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는 없다. 앞만 보고 걷기로 했다.

출렁다리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랜드밸리 완성으로 이렇게 거대한 공간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을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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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과 당 충전을 하며 이정표를 보고 천천히 걸으면 끝은 오겠지



아, 잠깐 저기 보이는 건 뭐지? 동공이 확장되며 빛나고 있는 저 앞을 보니 철근으로 세운 전망대다.

스카이 타워상공 150m 높이에 있는 소금산 그랜드밸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철근의 위대함에 먼저 놀랐고 사진 찍을 수 있도록 더 길게 뻗어 있는 공간의 아찔함에 다시 한번 뒷걸음치게 했다. 63 빌딩의 높이가 대략 220m로 전망대가 빌딩이라면 50층은 되지 않을까. 고소공포증으로 맨 위 전망대는 올라갔지만 끝까지는 가지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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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봐도, 아찔한 순간이다. 다시 봐도 정말 높다
20220513_120536.jpg 철계단을 내려오며 스카이타워의 높이에 입이 벌어진다



쫄깃쫄깃한 마음을 붙잡고 철 계단을 내려오면 마지막 코스인 '울렁다리'가 앞에 우뚝 솟아있다.

출렁다리보다 2배가 더 길다는 현수교404m다. 벌써부터 다리 이름만큼 내 마음도 울렁울렁 인다.

숨을 크게 쉬고 다시 천천히 걸었다.

흐렸던 날씨는 하필이면 이때 비가 내리는지, 가랑비가 내린다. 더 오기 전에 빨리 걸어야 한다.

신기하게도 아까 함께 걸었던 그 부부를 다시 만났다. 빗줄기는 점점 굵어져 더 빠른 걸음으로 움직였다.

울렁다리는 현수교로 출렁다리보다는 덜 흔들린다. 성큼성큼 걷다 보니 벌써 앞이 보인다.

아직 마무리 공사 중인 이곳은 내년에는 케이블카가 들어오고 엘리베이터가 설치된다. 전혀 다른 세상일 것이다. 문명의 이기에 깎여져 나가는 산들을 보며 걷는 내내 좋은 향이 올라온 내 마음은 다시 씁쓸해진다. 이 다리를 걷고 탁 트인 경관을 보고 싶어 왔는데 가만 두질 않는구나. 하루 종일 걸어 다녀도 좋을 만큼 오롯이 그 자연에 스며들며 보고 즐길 수 있는 곳인데 말이다. 신나는 놀이기구도 없지만 오감이 움직이는 어드벤처에 온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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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교인 울렁다리는 비도 내리며 내 맘도 적셨다



비 오는 날, 바람이 불고 흙냄새가 올라오는 길을 걸으며 숨을 쉬니 좋다.

타닥타닥 거칠어진 빗소리를 들으며 버스에 올랐다. 긴장감이 풀렸는지 갑자기 잠이 쏟아졌다.

30분 넘게 달리는 버스 안에서 꿀잠을 잤다. 비는 계속 오려나.



20220513_124633.jpg 하루 종일 앉아 나무와, 산, 강을 보며 마음을 훌훌터는 것도 좋다



문득,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여행지만 정하고 출발할 때는 긴장감도 있지만 설렘은 그 이상이다.

떠나기 전에도 '여행의 시작'이라 하지 않는가. 그 여행을 나는 좋아한다.

언제부턴가 그날의 기분에 따라 여행하는 것이 좋아졌다.

20대는 분단위로 일정표를 빼곡히 채우며 나를, 친구를, 가족을 채근하며 바삐 다녔는데 지금의 나는 여유를 무엇보다 우선으로 한다. 그 느림이 좋다. 지금이 그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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