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를 기억하다, 기록하다

[인문학 강의_나를 기억하고 지역을 기록하다]

by 지금도바다

속초 문화관광재단의 인문학 프로그램 2탄 '기억하다, 기록하다' 강의를 신청했다.

찰떡 아이스크림처럼 단어 궁합이 이렇게 좋을 수 있을까. 내 시시콜콜한 궁금증을 풀 수 있을까.

서울에 살면 넘어갈 수 있는 이야기가, 왜 속속들이 알고 싶은지 모르겠다.

그 속이야기를 들으면 내 마음도 보여주고 또 나눠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아마도 그 이상을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20220712_154813.jpg 강의가 시작되기 전


강원도의 아카이브 기획자 김시동 작가는 10년 전부터 발품을 팔고 시간을 투자해 지금의 '아카이브 시민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선두 주자다. 고생을 많이 했고 지금도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기록에 대해 인정을 받는 시점이 이제 왔다며 첫 강의 포문을 생고생한 이야기보따리로 풀었다.


PART 1. 공동체 기록과 사회적 자산화

PART 2. 아카이브 시민운동

PART 3. 마음을 기억하고, 기록하다

PART 4. 보다 인간적인 삶을 위한 마을 아카이브란?



20220629_170931.jpg 아바이마을은 존재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공간이다



원주에서 10년 넘게 아카이브를 하며 직접 보고 느끼고 했던 진솔한 이야기를 들었다.

강의라기보다는 '아카이브란 무엇인가?'에 대해 계속적으로 듣다 보니 내 머릿속에는 '기억, 기록'이 새겨졌다. 그래서 '기억하다. 기록하다'인가. 제목이 이렇게 맘에 와닿기는 쉽지 않은데 내용보다는 제목이 각인됐다. 강의 내내 들었던 아, 아, 아카이브를 정의하면, 한 마디로 '기록보관소'

▶아카이브란? 도서관, 박물관과 더불어 3대 핵심 문화기관의 하나다. 도서관이 문헌정보 중심의 소통을 하고 박물관이 유물 중심의 소통을 한다면 아카이브는 지역 생활사와 일상 기록, 사회와 관련된 소통의 중심이 된다.

▶지역 아카이브란? 지역성을 복원하기 위한 공동체를 중심으로 근, 현대 변화상과 문화자원을 수집, 보존하여 사회적 자산으로 활용하기 위한 지역 기록문화 저장소다.

▶기록관리란? 기록을 적법, 적절하게 생산, 관리하여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불필요한 기록을 폐기하고 증거적 가치나 영구보존 가치가 있는 기록을 보존하여 쉽게 검색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일을 말한다.

기록의 4대 속성 : 진본성(authentidity), 신뢰성(reliability), 무결성(integrity) 이용 가능성(usability)

▶지역성과 지역 아카이빙이란? 시간과 공간의 관계 속에 존재하는 지역공동체의 고유한 삶과 문화의 기억을 개인과 마을, 지역의 역사로 보존, 관리,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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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을 만든 공간으로 캐캐 묵은 냄새와 습함이 남아있고 거미줄이 정말 많다



듣는 내내 반복적인 말을 머릿속에 저장하며 한 단어 아카이브를 중얼중얼했다.

기록의 중요성은 알지만 그 기록의 가치를 모르기에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를 때가 있다. 특히, 시대적 요구사항이 계속 변화하며 '옛것'에 대한, 또 '그것'을 지키는 것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높아져 빠르게 퍼져 나간다. 스마트폰으로 누구나 사진을 찍을 수 있고 글도 공유할 수 있기에 더 접근이 용이해졌다. 시간만 있으면 공간과 상관없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됐다. 첫 시작은 미비할 수 있지만 내 안에 꽁꽁 얼었던 기억과 추억이 밖으로 나온 순간 그건 개인이 아닌 우리가 함께 그때를 공유할 수 있는 기록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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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골목을 다니다보면 아직도 사람이야기가 넘쳐난다



원주는 강원도에서 인구가 제일 많은 도시로 현재도 재개발이 계속 진행 중이고 서울에서 1시간 거리다.

그만큼 인구에 비례해 모든 욕구를 다 갖추고 있기에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빨리 발전할 수밖에 없다.

강원도에서 첫 번째로 문화도시로 선정됐고 그 뒤로 강릉과 춘천이 뒤를 잇고 있다.

속초는 올해 2번째 도전으로 시민들과 함께 축제, 강의, 토론, 거버넌스 활동을 하며 기록을 남기고 있다. 기록의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속초'라는 두 글자 만으로도 이야기의 힘을 갖는다. 피난민들이 잠시 머물며 살게 된 아바이 마을부터 애달픈 사연이 있는 수복탑도, 산동네에 모여 산 40계단도 아직 남아있다.

지금은 편하게 다닐 수 있는 길이 있지만 사람들은 아바이마을을 가기 위해 멋스러운 갯배를 탄다.

이것이 바로 문화요, 찾는 이유일 것이다.

거창한 것보다는 10년, 20년, 50년이 지나도 그대로 있는 공간들, 그 이야기들이 궁금하기에 보존하고 기록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럽여행을 하다 보면 100년, 300년 된 건축물을 보는 건 흔한 일이다.

부러워만 하지 말고 우리도 이제는 그 기록과 보존을 해야 할 때다.



20220430_095847.jpg 금강대교에서 찍은 제일 좋아하는 공간, 저 멀리 갯배가 보인다



속초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데 그 속으로 들어가지 못했던 나도 이 강의를 들으며 '기록'의 의미를 정확히 인지하게 됐다.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하나, 둘씩 풀고 싶어졌다. 나에게 용기를 준 고마움이 있는 강의다.

듣는 내내 내 머릿속에는 하나의 의문이 계속 들었지만 마지막까지 빠지지 않고 들은 보람이 있다.

과연 누가 이 기록에 관심을 가질까? 하는 본질적인 의문이었다.

서울에서는 무심코 지나쳤을 텐데, 내가 왜? 유난을 떨까? 하는 생각이 컸다. 하지만 이제는 그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도 쓰고 싶고 기록하고 싶다. 점점 더 삭막해지는 지금, 혼자가 아닌 사람들과 어울리고 나누며 기록을 한다면 내가 가고 없을 때 누군가에게는 따뜻함을 나눠 줄 수 있기에 그 가치는 충분하다 생각한다.

지역 공동체의 가치와 중요성이 커지며 여기, 속초에만 있는 문화를 만들고 공유하고 기록한다면 그 의미는 클 것이다. '지역의 기록은 그 지역공간에 있어야 그 가치가 있다'는 강사의 말처럼 그 가치를 위해 속도를 내 내가 살고 있는 속초를 기록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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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강의 첫 시간에 기록물을 보관하는 '국가기록원'이 있다는 걸 알았다. 모든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는 말에 그 중요성을 새삼 느꼈다. 광범위한 공공의 기록이 깔끔하게 보존하고 공유한다는 건 분명 좋지만 그 기록을 보기 위해선 직접 찾아가서 느끼는 것보다 더 좋은 건 없다. 지역의 소중한 문화는 그 지역의 역사, 기록물로서 자리에 있을 때 더 빛난다.

기록의 첫 시작을 나는 속초 토박이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졌다.

사람 냄새나는 글을 쓰며 서울 토박이로 살아온 내 얘기도 들려주고 싶다.

지역의 기록도 중요하지만 사람과 사람의 관계, 살아가는 평범한 이야기도 가치가 있지 않을까.

여름 마지막쯤에 첫 번째 인터뷰 대상자는 벌써 정해졌다. 빨리 만나 속내도 듣고 내 얘기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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