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가장 아름답다'는 설악산 자생식물원

[숲 해설사와 함께 떠난 숲으로의 여행]

by 지금도바다

흐린 오후 봄날, 바람소리를 들으며 봄 향기 가득한 자생식물원에 도착했다. 매번 올 때마다 나무와 꽃을 보며 숲길을 걸었는데 이날은 '남미애' 숲 해설사와 함께 하며 '나무와 새 이야기'를 들었다. 자연에 대해 따뜻하고 감사하다는 그 마음을 다 담을 수는 없겠지만 '지금'이 '최고'라는 '그 공간'의 이야기를 담아본다.



바람꽃마을길을 걷다 보면 자생식물원이다



2012년, 시민들에 오픈된 식물원의 면적은 4만 4.371㎡로 구석구석을 걷다 보면 한 시간은 금방 지난다. 첫 입구부터 봄꽃들이 인사를 하고 옆으로는 시원한 분수도 있어 더위를 달래며 걷기에 좋은 길이다.

9년째 해설을 하고 있는 숲 해설사를 따라 아끼는 공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들으며 천천히 걸었다.




수국도 피고 붓꽃도 피고, 꽃은 마음을 행복하게 한다
봄날 숲길을 걸을때면 나에게, 또 누군가에게 설렘을 준다



‘자생’ 식물원의 뜻은 ‘스스로 자라는 식물’을 모아 기르는 곳이다. 지금은 그 의미가 많이 사라져 아쉽다고는 하나 계절마다 피는 꽃을 보는 것도 이곳을 찾는 이유라 생각한다. 길거리에 핀 꽃은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잘 가꾸어진 꽃을 보면 사람들의 설레는 마음도 꽃처럼 피어오르기 때문이다.

식물원은 국립공원 관리공단, 속초시, 산림청, 강원도 4곳에서 관리한다. 그렇기에 얽히고설킨 공간들이 있다. 좀 더 시민이 편리하게 볼 수 있도록 꾸미기도 하고 숲 그대로를 보존도 하고 싶기에 좋고 나쁨을 나누긴 어렵다. 인공림과 자연림이 공존하는 이곳 주인인 '자연들'은 과연 어떤 걸 더 좋아할까.


형형색색으로 곳곳을 수놓은 나무와 꽃들



고랑 안에 핀 보라색 붓꽃 길을 걸어 제일 먼저 '트리하우스'로 갔다.

트리하우스는 올해 소나무로 만든 그림 같은 공간이다. 누구든지 인생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다.

알프스 깊은 숲 속에 있는 나무 위의 집처럼 포근함을 품었다. 이곳에서 하룻밤 잔다면 어떤 꿈을 꿀까?

아마도 깜깜한 밤에 별이 쏟아지고 나무들과 얘기를 하고 있을 것만 같다.

걷다 보면 식물원이라기보다는 숲 속에 더 가깝다.

자생 및 희귀 식물이 총 120종 50,506본이 있다는 설명이 있다. 하지만 숫자 일뿐, 올 때마다 바뀌는 꽃과 나무들의 공간을 만나 오감이 열리고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다.



트리하우스, 하룻밤을 보내고 싶다
나무에게도 마음이 있다



‘자연은 매일매일이 다르다.

오늘은 볼 수 있지만 내일은 못 볼 수 없기에 지금이 최고다.’

라고 말하는 해설사의 명언처럼 지금 한창 꽃을 피운 '때죽나무 숲'을 보면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이 방울방울 매달린 꽃들이 오늘 떨어질지 내일 떨어질지 모르기에 지금의 순간이 제일 좋다.

은은한 장미향을 떠올렸는데 실제로 향수로도 쓰인다는 말을 듣고 ‘사람들의 느끼는 감정은 다른 듯 같다’라는 생각이 든다. 인위적인 공간보다는 좀 더 자연친화적인 공간을 찾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식물원은 누구나 찾을 수 있는 공간이기에 한 곳으로 치우칠 수는 없지만 걷다 보면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때죽나무 숲길



코로나로 멈췄던 '봄 숲 체험 교실'은 현재 인기가 많다. 집에만 있었던 아이들과 가족들, 유치원 등 단체들이 찾으며 자연을 만나고 있다. 여기저기서 호기심 가득한 어린 친구들을 보면 어디든 필요한 공간이라는 생각도 든다.


마지막으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 해설사가 좋아하는 한 공간이 일치했다. 그곳은 '숲길 탐방로'다. 0.5Km 숲 속 길로 자연 본연의 숲의 생태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참나무와 소나무가 있어 피톤치드도 뿜어져 나오는 길이다. 좁은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산속 깊은 곳을 걷고 있다는 착각에 빠질 정도로 울창함에 반한다. 특히 이 숲에서 울산바위를 볼 수 있다니 얼마나 행운인가.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삐죽삐죽 얼굴을 조금만 보여주는 울산바위를 만나니 반갑다.



설악산 울산바위를 볼 수 있는 곳
새들도 명당인지 알아본다는 이곳, 울창한 숲길은 꼭 걸어야 한다



설악산은 강원도 속초시, 인제군, 양양군, 고성군 등 4개 시군에 걸쳐 있기에 그만큼 '자생식물원'에서 자라고 있는 식물들이 갖는 가치는 크다. 국립공원에서 나무가 죽으면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보존하는데 이곳은 제한된 장소로 여러 갈래 길을 만들다 보니 안타깝다는 해설사의 말에 아직도 여운이 남는다.


‘나무도 마음이 있다.’ '화분은 무덤 없는 감옥'과 같다는 의미 있는 말처럼 여기저기 저마다 개성으로 자리 잡은 나무들, 야생화들이 뿌리를 내리고 희귀 새들이 날아와 잘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남길 바란다.

인공과 자연이 공존하는 이곳은 시간이나 돈으로 환산할 수가 없기에 굉장히 매력적이다.

내년 5월, 고성에서 열리는 '강원 세계 산림엑스포'의 부 행사장은 속초의 '산악박물관'과 '자생식물원'이다. 그만큼 산, 꽃, 숲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짙은 푸른 숲길을 다시 한번 만나 걷고 싶다.



남을 배려한다는 백합나무, 사람의 눈을 닮았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식물원을 찾았다. 혼자라면 숲 길만 걸었을 텐데 '오케이 속초' 소식지 활동가들과 함께 해설사를 만나 재미있는 얘기를 듣다 보니 이곳이 더 좋아졌다. 단순한 길로만 여겼는데 깊은 의미가 있는 곳인지 몰랐다. 지난번 '설악 인문학 강의'에서 대한민국에서 설악산은 남과 북의 식물들이 모두 자라는 지형적으로 중요하다는 말을 들었다. 여기 이곳 '자생식물원'도 설악산의 일부인만큼 가치가 있다 생각한다. 매일매일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곳, 잠시 시간을 멈추고 천천히 걷는다면 나도 모르게 미소를 머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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