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하는 속초 해녀 '인어공주'

[아바이마을_청호동 해녀]

by 지금도바다

시민 활동가로 참여하고 있는 나는 '오케이 속초' 소식지에서 7월호에 해녀들의 기사를 싣기로 했다.

강원도 속초에는 동명동에 2명, 청호동에 3명의 해녀가 있다.

해를 넘길수록 해녀의 숫자가 줄어들어 이제는 그 명백을 유지하며 물질 중이다.

저마다의 사연 있는 해녀들의 이야기,

우리들을 기왕이면 '인어공주'로 불러달라는 검게 그을린 인생의 얼굴들을 만났다.

취재는 5월 말로 '성게'철이다. 이른 아침의 물질은 오후 2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쉬지도 못하고 해녀들은 수확한 성게 손질에 바쁘다. 오후 5시에 인터뷰를 약속했지만 아직 일이 끝나질 않아 수돗가에서 성게를 손질하는 동안 짧은 대화를 나눴다.



동명항을 지나 금강대교를 건너면 아바이 마을이 있다



바다가 잔잔해야 물질도 쉽다는 해녀의 말처럼 이날은 날씨가 정말 좋다. 물질하기 전 준비운동은 필요 없다고 하신다. 너무 오랫동안 일을 해 바다를 일터라기보다는 놀이터라 생각하고 일을 한다는 재밌는 말이 무서움보다는 유쾌함을 갖는다. 또 물질의 양이 많을수록 돈도 벌 수 있다니 이곳이 좋다고 하셨다.


처음 해녀의 시작은 스스로 보다는 '생계'때문으로 그 시절 밥벌이가 녹녹지 않았기에 그 흔한 바다가 일터였다. 속초로 시집을 와 시어머니를 따라 물질을 시작했고, 아이가 아파 무작정 돈을 벌기 위해 그때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는 분도 있다. 첫 물질의 기억은 두려워서 눈물도 나고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 시절이 흘러 해녀들의 인생은 어느덧 30년이 훌쩍 넘었다.



물질하고 쉬지도 못하고 바쁘게 신선한 멍게를 손질한다
쪼그리고 앉아 일을 하기에 해녀들은 등이 굽을 수밖에 없다



속초에도 제주도의 해녀들처럼 여러 해산물을 채취한다.

수확 양은 다를 수 있겠지만 청정해역의 속초에도 다양한 해산물이 있다.

이른 봄철에는 미역, 4월에는 해삼, 멍게를, 5월에는 성게, 가을까지는 거의 작업이 없고, 11월에는 오돌토돌한 해삼을 수확한다. 특히, 지금처럼 성게 철일 때는 이른 아침 8시부터 시작해 오후 2시가 넘어 끝난다. 매번 밥때를 넘겨 해녀들은 '위장병'을 달고 산다. 흔히 말하는 직업병이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제때 끼니를 챙겨 먹질 못 하니 듣는 내내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젊었을 때는 밥심이 없어도 견딜 수 있지만 세월이 지난 늙은 해녀들은 기운도 없을 텐데.

쭈글쭈글한 얼굴에 자그마한 체구는 그동안의 삶을 다 알려주듯 깡 말랐다. 하지만, 말하는 내내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고 때론 수줍은 미소를 보이며 본인일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모습에는 존경심이 일수밖에 없다.



봄철, 미역을 말리고 있다
5월 말에도 솜버선과 털고무신을 신고 있다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에는 다양한 삶이 있다.

한 뱃속에서 태어난 사람들의 얼굴도 각각 다르듯 지구에는 그만큼 내가 알지 못하는 각양각색의 직업을 갖고 살아간다. 젊었을 때는 누구든 돈도 많이 벌고 좋은 걸 누리고 싶지만 이제 나도 나이가 들었는지, '지금'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된다. 그런데 외골수로 30년을 생계로 했든, 자신을 위해 했든 그 지나 온 삶은 누가 봐도 아름답다. 더군다나 몸으로 하는 일에는 한계가 있는데 아직도 아침에 일어나 바다로 나가는 모습을 보면 그 자체로도 대단하다 못해 경이롭다는 생각이 든다.

거창한 꿈을 좇아가는 사람만 인생이 행복한 건 아니다.

처음 시작은 '바다'가 앞에 있어 물질을 했지만 그것 또한 나의 꿈이었을지도 모른다.


Q: 바다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마지막 질문)

A: 생활터전이니까 잔잔하면 감사하고 바다 보면 눈물도 많이 나죠

이렇게 두 손을 뻗히면 바다가, 속초가 내 안에 있잖아요. 그게 너무 감사하죠

글을 많이 배우지 못했지만 바다가 있어 물질하며 열심히 살았어요.



바다는 누군가에게는 일터요, 또 누군가에게는 그리움이요, 그리고 누군가에겐 꿈이다.



그럼에도 '내 딸들한테는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해녀의 말처럼 '고된 삶과 여자로서의 일생을 포기하는 삶을 남겨주고 싶지 않다'라고 했다. 특히 마지막에 더 하는 해녀의 한마디는 내 눈을 따갑게 했다.

'여자로서 그냥 다 줘버려야 이 물질을 할 수 있어'

그렇기에 내가 이곳에서는 마지막이면 좋겠다는 바다가 삶의 터전인 사람 사는 오래 묻혀두었던 이야기를 들었다.


아쉽지만 인터뷰는 짧게 끝났다.

다음에 만나면 바다라는 정원에 앉아 멍게 한 접시에 소주 한잔 하며 더 깊은 마음속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



잠시 쉴 수 있는 해녀들의 방, 물질 후 모여 손질하는 모습



Q : 언제까지 물질을 하고 싶으세요?

A : 일흔다섯? 아니, 힘 있을 때까지는 하고 싶어. 내가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길 바라는 건 없고 우리 가족들 건강하고 편안하게, 그리고 손주들한테 맛있는 거 사주고 싶어.

그리고 지금은 자식들한테 짐 안되길 바랄 뿐이고.

해녀들의 소원은 소박하다.

이제는 그 큰 소원이 필요 없다는 걸 안다.

인생은 끝까지 살아봐야 안다고 하지 않는가.

나는 그 인생의 어디까지 살았을까?

아직도 큰 소원을 바라며 사는 건 아닐까?

이래저래 오르막 길에 있는 속마음이 요동치며 내리막길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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