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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도바다 Oct 21. 2023

시즈오카에서 도쿄로 오는 열차 안에서

[일본 소도시 여행_누구나 처음은 어렵다]

도쿄에서 시즈오카 여행을 하며 그동안 목말랐던 열차를 원 없이 탔다. 일본은 열차가 우리나라 전철처럼 좌석이 길기도 하고 일반 열차처럼 2명씩 앉기도 한다. 요금도 시간과 열차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이라 노선공부는 필수다. 오랜만의 해외여행이라 그 세월만큼 익숙 해 지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떠나기 전 시즈오카현 여행에 걱정이 한가득이었다. 처음 가는 여행지가 책자도 없어 시즈오카 관광청에서 우편으로 받아 지도를 한참 봤다. 여행 전, 서점에 가서 맘에 드는 한 권을 구매했는데 시즈오카는 제대로 된 책자가 없었다. 도쿄에서 신칸센이 아닌 일반 열차로 간다는 건 시작부터 어려웠다. 무슨 노선들이 이렇게 많은지 경우의 수가 너무도 많았다. 우리나라처럼 한 번에 가면 좋으련만 고속 열차 신칸센이 아니면 한 번에 가는 방법은 없다. 노선도 복잡해 하루라도 열차사고가 나면 지연으로 함흥차사다. 





도쿄에서 아타미로 이동할 때 지연으로 열차도 갈아타고 고생은 했지만 도착해 보니 동선이 더 확실해졌다. 처음 가 보는 길을 누구나 어렵다. 그 낯섦을 걷다 보면 어느새  내가 익숙하게 걷고 있듯 삶에서도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일은 수두룩하다. 급하면 돌아가라는 말이 있고 돌다리도 두드려 가라는 말도 있다.  그 길이 아니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면 되고 모르면 천천히 물어 가면 그만이다. 토끼와 거북이의 이야기는 지금도 회자가 될 만큼 당장 눈앞이 고난의 길이라고 해도 이겨 낼 수 있다. 서두른다고 하루 24시간이 나에게만 48시간으로 바뀌는 게 아니다. 





누군가는 아직도 '왜 여행을 떠나냐'라고 묻지만 떠나지 않으면 보이는 것도, 얻는 것도 없고 생각도 없다. 하얀 도화지에서 나의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다 보면 떠날 수밖에 없다. 가보면 그 질문을 왜 했는지 부끄러워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다니는 모든 길들이 몸으로 부딪히는 배움이었고 보이는 것이 나의 스승이었다. 앉아서 글로 읽는 것보다 생동감 넘치는 행동은 기억 속에 빼곡히 저장된다. 미루다 보면 이상 수가 없다. 그래서 '떠남'은 주저하지 말고 바로 나서야 한다.





도쿄, 아타미, 이즈코겐, 미시마를 지나 시즈오카에 도착해 보니 시즈오카현의 중간지점으로 굳이 오래 머물 필요가 없었다. 이렇듯 가지 않은 길은 알 수가 없다. 경험으로 켜켜이 쌓인 저마다의 인생도 그렇듯, 여행은 따로가 아닌 함께 하는 삶이고 인생이다. 도쿄에서 아타미로 갈 때는 초조하게 역명을 확인했지만 다시 돌아갈 때는 한 번의 환승만 있었을 뿐 숨소리조차도 편안했다. 





시즈오카에서 도쿄까지 JR 도카이도선을, 아타미에서 우에노 도쿄 라인을 타며 3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열차를 타고 오며 바뀌는 나의 감정선에 '비로소 여행을 하는구나.'를 느꼈다. 일주일 후, 마무리가 되면 나는 또다시 어디론가 떠날 채비를 할 것이다.



여행이란, 

일단 떠나야 그 길을 안다. 나는 그 길의 끝을 가보련다. 꿈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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