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타미에서 우에노 도쿄 라인을 타고 도쿄 가는 길, 40분 남짓 창문 너머로 근사한 바다가 보인다.
왼쪽 방향에 앉으면 바다와 마주한다. 달리는 열차에서 바라보는 길이 아름답다. 집들 사이로 달리고, 산도, 바다도 보이는 낭만이 가득 찬 여행길이다. 느린 속도로 달리는 열차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지금, 나보다 더 행복한 사람이 있을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역마다 정차하며 오가는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으니 말이다. 오래 걸리지만 가격도 반 값이라 여유로운 여행을 즐기는 나에게는 속도가 딱 맞았다. 서울에서 속초로 이사 온 지도 7년째로 그 바다가 있어 아직 내가 떠나질 못 한다. 그리고 여행 중에 만난 바다에도 고향에 온 듯 마음이 편안하다.
나에게 바다는,
여행을 떠날 때마다 찾았던 친구였고
40년을 넘게 살았던 고향인 서울을 떠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낯선 곳, 속초로 왔을 때 나를 맞아 준 것도 바다였다.
가끔씩 공허한 마음으로 찾아오면 나를 한 없이 안아주는 것도 바다, 바다였다.
지금도 그 바다가 나와 함께 하며 반짝반짝 웃음을 보낸다.
힘내라고
너는 혼자가 아니라고
신이 있다면
마지막 날, 나는 바다로 남고 싶다.
누군가의
마음을 보듬고
함께 기뻐하고
축복하고
기대어 울고 싶을 때 조용히 어깨를 내주는 바다가 되고 싶다.
엄마가 하늘나라로 떠났을 때 마지막 인사를 건네지 못했다. 너무 어린 나이였다. 아직도 마음 한편에는 그 아픈 생채기가 남았다. 그래서 바다만 보면 엄마를 부른다. 넓은 바다를 엄마라 생각하고 투덜투덜 혼잣말을 시작한다. 그렇게 내 마음을 세뇌시키며 바다를 찾은 지가 20년이 훌쩍 넘어간다.
일본에서 바다를 만나도
속초에서 바다를 만나도
어디서든 바다를 만나도
나에게 바다는,
사랑스러운 존재다.
바다는 곧 나의 심장이다.
나에게 여행이란,
바다를 보며 내 마음과 물아일체가 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