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다행이라 해야 할지,쓰러지거나 마비가 온건 아니고 어지럼증이 주증상이었다. 처음엔 구토를 동반했다는데 그저 체한 줄 알고 혼자 참았던 모양이다. 동네 의원에서 어지럼증이 계속된다는 얘기를 듣고 상급 병원에 연락을 했고지금 입원하신 병원에서 이런저런 검사를 받게 되었다.그런 와중에도 엄마는 딸들에게 연락도 않고 혼자 버티며 참아냈다.
뒤늦게 알게 되어 어찌 됐든 부랴부랴 입원을 하게 되었는데, 다행히 굵은 혈관이 막힌 건 아니라 했다.
병원 생활이라는 게 길던 짧던 참 삭막하고 불편한 날들의 연속인데, 이번에 엄마가 입원한 병원은 다들 모두 친절하시고 안에서 일하시는 다른 전문 간병인들 모두 기꺼이 웃는 낯으로 환자들을 으쌰 으쌰! 힘 북돋아주는 분위기여서 그나마 나도 간병하면서 힘들지 않게 지낼 수 있었다. 물론 원치 않는 오지랖과 tmi들도 감수해야 하긴 하지만 말이다.
우리 세 모녀는 내가 스물여섯 되던 해부터 셋이 옹기종기 비둘기처럼 살아왔다.
비록 한때 각자의 삶이 버거워 날카로운 상처를 서로 주고받은 적도 있지만, 기본적인 감정은 늘 서로에 대한 애틋함이었다. 그러면서 각자 자기 일은 자기 혼자 해결하고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살아왔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엄마도 시집간 딸들 귀찮게 할까 봐 무려 뇌경색이라는 진단을 듣고도 전화를 미뤘다.
옆에서 병간호하는 동안 이런 걸로 연락을 안하면 대체 언제 연락하려 했느냐며 타박 아닌 타박들을 늘어놓았더니, 엄마가 이제 다신 안그러겠다 마지못해 다짐을해주었다.
입원 동안에도옆 간이침대에서 자는 나에게 어찌나 미안해하고 혹여 추울까 더울까 하루 종일 노심초사를 하던지, 대체 누가 환자인지 모를 지경이다.
다행히 오늘 회진에서 어지럼증이 많이 잡혀 내일 퇴원해도 된다는 소리를 들었다. 진단서 등등 병원에 요청하고 보험사에 전화해보니, 적지 않은 금액이 진단금으로 나올 수도 있다고 한다.
그 힘들던 비둘기 시절에 엄마가 기를 쓰고 부어온 보험금이 이제야 빛을 발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