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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고희 May 16. 2022

친정엄마와의 편치 않은 여행

지난 몇 주간 엄마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웠다. 아니 사실은 지금도 무겁다.

엄마가 뇌경색으로 입원하시고 퇴원하신 후부터 큰일을 치르고 나서인지, 지 마음의 안정을 찾지 못하불안해 보였.

예민한 엄마가 병실에서 다 사람들 때문에 잠도 잘 못자고 힘들어해서 집에만 오면 만사 해결될 거라 여겼 나의 생각은 그저 착각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엄마가 병실에 있을 때 더 컨디션이 좋았던 것 같다.

퇴원 후 생전 안하던 음식 투정을 다 하셔서 동생이랑 나랑 진땀을 빼고 계속 눈치를 봐야 했다. 하루 두번씩 전화해 뭐 드시고 싶은 거 없냐 바짝 군기든 병사처럼 잔뜩 긴장하고서 휴대폰 단축키를 눌러야만 했다.

병원에서 돌아와 입맛이 껄끄러운 엄마는 자극적인 음식만 계속해서 찾으셨고, 엄마와 병원 정기 진료를 받고 오는 날 엄마같이 마트에서 장을 봤는데 엄마가 고른 음식들은 오징어포, 핫바, 스파게티, 간장게장, 젓갈, 아이스크림, 음료수, 커피, 소고기, 떡.... 이런 보기만 해도 잔소리를 유발하는 음식들 뿐이었으니,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정 입맛 없을 때 조금씩만 먹어~' 하고 허용한 음식들이  고혈압, 당뇨, 콜레스테롤이 높은 엄마 먹어서는 안될 들뿐이었다.

원했을 때부터 옆에서 계속 기름진 거, 단 거, 매운 거 드시지 말라고 그렇게 입이 닳도록 말씀을 드렸는데, 결국 엄마 머리에는 아무것도 입력이 되지 않았다.

밥이 죽어도 안 넘어간다니 그냥 기운 차릴 때까지만 못 본 척 눈감아 드리는 게 도리였을까.

결과적으로 딸들이 생각해서 하는 음식에 관련된 잔소리는 결국 엄마의 신경을 극도로 거슬리게 만들었다.

콜레스테롤 많은 거 드시지 마라, 맵고 짠 거 드시지 마라, 야채나 해물을 드셔라...

그렇게 음식으로 크고 작은 실랑이가 오고 갔고, 엄마는 몹시 예민해져서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짜증 만렙!의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 바로 수면제.

엄마는 젊었을 때부터 잠을 잘 못자는 이었는데, (체질이라는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는데, 선천적으로 잠을 못자는 사람들이 주변에 꽤 많은 건 분명한 것 같다) 낮에는 어찌 됐건 일을 야 되니 오랜 세월 수면제를 드시며 버텨오셨다.

병원에서 처방받는 건 한계가 있으니, 방받은 약에 약국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수면 유도제까지 얹어서 여러 알을 복용하면서 살아오셨는데, 일을 그만두시고는 굳이 그렇게까지는 안하겠지 싶어 그간 엄마의 수면 문제에 대해  관심을 두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런 병원에 있으면서 엄마가 얼마나 수면제에 의존적인지 로소  는 계기가 되었다.

이미 니던 동네병원에서 수면제를 처방받아 챙겨 놓은 상태에서, 입원한 생님께 추가로 알씩 더 받아 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나 간호사들이 알면 뭐라고 하니 자다 말고 몰래 하나씩 추가로 꺼내 물도 없이 드시는걸 우연히 보게 되었 그때마다 매번 뭐라 할 수도 없고 해서 그냥 하루 이틀 눈감아드렸는데, 퇴원하시고 나서 동네 병원 이제 딱히 갈 일이 없어지수면제가 줄어갈 때마다 현저히 불안해기 시작 것이다.

입원했던 병원에서 수면제 한알 이상은 드시지 말라고 제법 강경 입장을 보 것마저 서서히 끊으라는 말에, 불안한 엄마는 기야 다음에 병원에 갈 때 조금만 더 달라고 한번 말해보자며 터무니없게도 나를 설득하시작했다. 세상에 어느 딸이 수면제를 더 달라고 떼쓰는 일에 동참을 할까.

결국 나도 참지 못하고, 이제 일하러 가는 것도 아닌데 그만 먹고 그냥 잠 올 때 자고 마음 편하게 시라 폭발하고 말았다.

엄마는 하루 종일 혼자 우두커니 잠까지 안오면 얼마나 괴로운 줄 아느냐며 오히려 더 크게 을 내셨고, 나는 예전 같지 않은 엄마 모습에 당황해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러길래 딸들 곁으로 이사오시라 권해도 늘 마다하던 건 바로 엄마였다.

갑자기 성격이 변하고 나서 치매가 오신 시아버지 모습이 겹쳐 보이면서 이러다 엄마마저 잘못되는 건 아닐까... 공포스러워 나까지 잠을 설쳐야 했다.

엄마는 심지어 약을 못 먹게 하는 의사더러 자기들은 다 잘 자니까 렇게 쉽게 하는  분노를 표출하거나, 뭐 못먹어서 잘못되기야 하겠냐며 자기 상 다 산듯한 체념의 감정을 내보이기도 다.

엄마... 먹어서 잘못되는 거지, 먹어서 잘못되는 수면제가 어딨어 세상에....


그렇게 어색한 시간을 보내던 와중, 미리 계획했던 여행이 있어 동생네와 어찌마를 모시고 평창 한 시골마을 여행을 가게 되었는데, 차 뒷좌석 엄마와 나란히 앉은 내 마음은 내내 편치가 않았다.

행 가기 전날도 피곤하다며 낮에, (한밤도 아닌 낮에) 수면제를 먹고 잤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고, 여행 가서는 잠이 안 와 수면제를 세알이나 먹었다며 마치 무용담 얘기하듯 말하는 엄마가 너무 미워 외면해 버다.

엄마의 눈치를 보며 산 소고기에, 삼겹살을 굽는 동생 마음도 편치는 않았으리라. 하지만 못드시게 말리느라 서로 불쾌한 여행을 할 수도 없던 터라 그냥 좋아하시는 거 드시게 하자, 좋은 게 좋은 거다... 마음 아프지만 그럴 수밖에는 없었다.


다음날 아침, 두 시간이나 잤을까 한숨도 못잤다며 새벽에 나가 시골길을 한참 동안 걷고 오는 엄마를 보니 마음이 복잡했다.

성인병이 좀 있지만, 인공관절 수술한 거 말고는 딱히 병원 신세 한번 지지 않던 엄마가 하마터면 온몸을 자유롭게 쓰지 못할 뻔한 병에 걸려 얼마나 놀라셨을까, 오죽 잠이 안오면 저러실까 안쓰럽다가도, 그러니 더 조심하자는 딸들의 잔소리는 듣는 둥 마는 둥 못들은 척하는 엄마의 고집 또한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히 그동안 딸들에게 짜증 부린 거, 떼쓴 거 새삼 민망했는지 돌아오는 차 안에서 니들이 이해 좀 부탁한다고 울먹는 엄마를 보 한없 불쌍했다가, 휴게소에서 이런저런 달달한 간식에 커피 드시며 좋아하는 엄마를 보  한번 마음이 서늘하게 식고....


부모님이 늙어간다는 건, 아이들을 키우는 것만큼이나 감당해야 할 일이 많지는 것임새삼 깨닫는다.

그 깨달음은 앞으로도 계속 진행되기만 할 뿐, 결코 퇴하진 않을 거란 생각에 마음이 마치 저 지구 핵에 닿아 있는  기만 하다. 

앞으로 얼마만큼의 시간이 우리에게 주어졌는 모르지만 계속 웃는 낯으로, 최선의 모습으로 엄마를 고 싶은데... 

애틋함과 걱정. 

딸로서  사이  곳에서, 어떤 모습으로 자리 잡고 티고 있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평창에서의 하룻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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