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고희 Sep 06. 2021

50의 무게

노안과 오십견

드디어 오늘 나가서 미루고 미루던 돋보기 안경을 맞췄다.

집에 말하자면 은행에 놓여있을 법한 돋보기 안경이 하나 있데, 시력이 잘 맞지 않아 그동안 어지러웠다. 게다가 그 안경의 알은 아크릴 재질이라 투명하지가 않고 뿌연 느낌이 있어서 아무리 닦아도 깨끗해지지가 않는다.

너무 비싸려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알은 3만 원이면 살 수 있었고, 테는 내가 고르기 나름인데...

아저씨가 테 비싼 거 할거 없다며 만 원짜리 뿔테 코너로 나를 데리고 갔다.

아놔, 아저씨!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요... 뿔테는 언제적 뿔테입니까... 저 유행에 민감한 사람이거든요?

하나도 유행에 안민감하게 생겨가지고 결국 요즘 유행하는 최신 디자인(인지는 모르겠으나), 위에 뿔이 얄쌍하게 들어가 있고 아래는 금속 재질인, 아들이 쓰는 것과 비슷한 으로 골랐다.

사만원입니다. 합해서 7만원. 내 눈 값 7만원. 그래, 이 정도 나에게 과한 건 아니겠지... 어차피 돋보기 알을 끼우면 테의 쌈박함이 절반 이상은 깎여나갈걸 알면서도 나는 기어이 그것으로 골랐다. 어쨌든 만족스러웠다. 한 시간이면 내 눈이 완성된다.


나는 비공식적으로 71년생, 올해 51세다. 왜 비공식이냐고? 호적에 한 살 어리게 되어 있거든.

어릴 때는 한 살이라도 아 보이려고 주민증을 애써 숨겨가며 71년생이라고 박박 우겨댔었는데, 이젠 반대로 호적 나이가 내 진짜 나이라며 보란 듯이 주민증을 펼쳐 보이 한 살이라도 어려 보이려고 애를 쓰고 있으니...

아이고, 의미 없다!라는 걸 알면서도, 난 아직 만 49세이길 바라는 비공식 51세. 

덕분에 코로나 백신 예방 접종 대상에서 후순위로 밀려나, 18세에서 49세 사이섞여 주사를 맞게 으니...  말이 돼? 이럴 땐 또 경로우대 안해준다며 난리난리 생난리.


나이 오십이 되면서 제일 먼저 오십의 무게각하된 건 바로 오십견의 발병이었다.

오십견은 완전히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희한하게도 오십견이라는 병나이 딱 오십이 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찾아왔다. 어서 와! 오십은 처음이지?

처음엔   어깨가 왜 이러지? 잠을 잘 못 잤나?로 시작, 점점 통증이 면서 앞뒤 옆 아무 데로도 움직이지 않는 내 왼팔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간의 나의 등 긁는 행동, 옷을 입고 벗는 행위, 개운한 때 목욕, 심지어 그냥 누워서 자는 매우 일상적이고 당연한 행위조차 허락되지 않다. 새삼 그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소중한 일이었는지 저리 깨달으며  는 시간을 견뎌야 했다. 그리곤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그러나 그 고통은 얼마의 휴식기를 가진 후 다시 나의 오른쪽 어깨로 고들었. 뭐야! 이거 끝난 거 아니었어?

그렇게 두 번째 고통이 시작되었다. 한번 겪었다고 금은 행인지 불행인지 익숙한 느낌저 든. 그냥 나 죽었소하고 알아서 기는 중이.


친정엄마는 오십견을 앓아본 적이 없다. 이게 오십이 됐다고 누구에게 찾아오는 것 아니다. 

선별적 발병. 기준은 모른다.

문제는 정작 병 자체보다, '앓아보지 않은 자'가 늘어놓는 잔소리에 있었다. 병원 서 주사 한 대만 맞으면 금방 낫는 줄 아는 '앓아보지 않은 자'.

대게 오십견은 시간이 지나야 낫는 병이라, 딱히 병을 낫게 해주는 치료 없고 그저 통증을 줄여주는 밖엔 없다! 고 그렇게 얘기는데도, '앓아보지 않은 자'들은 내게 한사코 병원에 가서 주사라도 한번 맞아보 성화다. 누구누구도 어깨가 엄청 아팠는데, 병원 가서 주사 한방 맞고는 싹 나았다더라... 엄마는 통화할 때마다 같은 말씀이다. 물론 내가 걱정되서 그런다는건 나도 다 알지만...

남편도 그 '앓아보지 않은 자' 하난데, 나이가 나이다 보니 엘보 증상 앓고 다. 난 여름 친구가 추천해 줬다며 어느 병원에 팔꿈치에 주사한번 맞았는, 녀와서는 신기하게 안 아다며 나보고 당장 한번 가보다.

그 소리를 듣는데 누가 솔깃하지 않겠나.

이제 나 주사 한방이면 낫는 거야? 하며 한껏 기대에 부풀어 따라갔건만, 결론적으로 난 아직도 오십견을 앓고 있다. 

남편이 한마디 한다.

"너 진짜 많이 아프구나?"

그럼 꾀병인 줄 알았니?

앓아보지 않은 자들은 지금도 나만 보면 병원에 가라 가라 성화고, 나는  설명하고 설명하고.

도 않는 주사 소리좀 그만하고, 김치나 사먹자하면 안 되겠니?!


사십 중반이었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노화 거울을 통해서만 느껴졌다.

여기가 왜 이렇게 처지지? 늘어지지? 화장품에, 초음파 기기에, 콜라겐에, 양 태반에, 루테인까지 마구마구 사들였다.

지금은 굳이 거울을 들여다 보지 않아도 나의 노화를 몸소 느낄 수 있 되었다.

안 보이는 눈에, 아픈 어깨에, 삐걱거리는 무릎에, 년기 열감에,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 단어에... 이제 그 어떤 기계도, 영양제도 나에게 끼치는 영향 극히 미미다.


나이에 걸맞은 인격, 젊은 사람들에게선 찾을 수 없는 우아함과 여유, 현명함... 이런 것들은 그저 노화를 위로하기 위한 한낱 화려한 미사여구만 들린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순순히 받아들이고 순응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는 것이지, 나이가 든다고  우아해지고 현명해지는 것도 아니기에.

다만 나잇값도 못하는 꽉 막히고 추한 아줌마나 되지 않도록 조심하고 노력하는 수밖에.


한시간 뒤, 내 눈이 완성되었으니 찾아가라는 문자가 왔다. 처음으로 써보는 돋보기 안경.

젊을때는 먼곳을 보고 달려가기 바빴는데, 이제 이 새로운 눈으로 가까운 곳을 보고 잘 살펴야겠다.



+ 여담 :

일전에 아버님 고향 친구분께서 집에 놀러 오셨는데, 주거니 받거니 술 한잔 걸치시고는 느닷없이 서로 여기가 아프다 저기가 아프다, 아니다 내가 더 아프다, 노인 두 분이 서로 본인이 더 아프다며 질병 배틀 시작다.

이놈이! 내가 더 아프다 이놈아!

이놈이라니! 너 맻살이냐! 형님도 몰라보고!

형님은 무슨! 나이도 어린 게! 니 나이에 난 날아다녔다 이놈아....


아이고 아버님들! 제가 잘못했어요...

나이도 어린 것이 맨날 나이 타령이나 하... 앞으로 활기차게 열심히 잘 살아볼게요...!

모처럼 미용실 방문. 이 파마가 끝나면 난 분명...
어느덧 '여신'으로 변신!
...할줄 알았으나, 현실은 그냥 파마한 아줌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