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겨울 교토에 도착한 첫날, 숙소에 짐을 풀고 동네를 산책했다. 어둑하고 조용한 낯선 거리를 걷다가 트럭에 불이 밝혀진 것을 보았다. 인적이 드문 곳이었는데, 푸드트럭의 젊은 사장님이 팔고 있는 것은 작고 납닥한 컵에 담긴 디저트였다.
' 크램뷔륄레야, 먹어볼래? ' j가 말해주었다.
' 하나 주세요. '
사장님은 컵 위에 불을 붙였다. 캬라멜 불꽃이 펄럭였고, 달콤한 향이 퍼졌다. 별다른 말은 없었지만 환하게 웃으면서 우리에게 컵과 스푼을 건네주었다. 파삭, 달콤하고 부드러운 우리가 찾은 꽤 괜찮은 첫 교토의 맛이었다.
부슬비가 내리는 날 우리는 젖은 양말을 갈아 신고 카페에서 몸을 말리면서 시내를 구경 다녔고, 해질녘에 비가 그치고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청년의 조용한 흥얼거림이 깔린 거리를 걷다가, 눈여겨보았던 가로로 긴 창이 난, 스테인리스 골강판에 붉은 네온사인 불을 밝힌 중국식당에 들어갔다. 낮게 열린 주방 앞 바 자리의 단골손님 ( 내 생각에 ) 한 명뿐이었다. 내부는 깨끗하고 따뜻했다. 우리는 창가 테이블에 앉았다. 메뉴를 한참 들여다보고 볶음밥과 만두류를 주문했고, 따뜻한 수프가 먹고 싶어서 ‘신라탕’이라는 것을 같이 주문했다. 흠, 완벽한 조합이었지. 언 몸을 녹여주고, 이것저것 늘어놓고 북적이게 맛있는 식사를 하고, 간간이 들리는 말소리와 물방울 연하게 맺힌 창 밖에 보이는 카모가와 강변의 모습은. 그 식당의 모든 것이 외지인 우리들에게 친절했다.
입동이 지난 11월의 오늘, 낮 최고기온은 19도였다. 낙엽이 지고 먼지로 몽롱한 요즘, 왜 그때 생각이 나는지 모르겠다. 여행에 그리움인지, 쓸쓸한 추적거림에 그리움인지, 달콤함에 대한 것인지. 배 고픔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