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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삼거리 Dec 06. 2022

로제 파스타

토마토소스와 생크림


 일요일 점심으로 느지감치 일어나서 토마토 스파게티를 하려고 전 날 토마토소스와 면을 미리 잡아다 놓았는데, 예상치 못한 ‘로제 파스타’ 주문이 들어왔다. 주섬주섬 옷을 입고 마트에 가서 생크림을 잡아왔다.


 로제 파스타는 쉬운 듯하면서 어려운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토마토와 향신료 맛이 살아 있으면서 신맛을 살짝 잡아주며 부드럽고 고소함을 함께 들이는 것이다. 오늘은 초심자의 '한 번에 성공'과  자신만만함의 '한 번에 실패' 이후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세 번째의 기회이다. 저번 로제 파스타는 과욕이 부른 참사로 복잡하게 이것저것을 하긴 했지만, 느끼하면서 지루했다.

 그래도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맛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을 가진 것 같다. 사실 식당에서 로제 파스타를 주문해서 먹어 본 적은 없고, 시판 소스를 이용해서 만들어 본 적도 없다. 그렇기에 이건 토마토와 크림의 비율에 대한 나의 선호이다, 로제 파스타 취향의 단계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생각한 비율은

 ' 토마토소스 : 생크림 = 10 : 1'  


 약한 불에 토마토소스 300g을 데우다가, 면수를 한 국자 넣고 수프 같은 상태로 잘 저어준다. 면 삶는 시간을 보아가며 기다리다가 건지기 직전에 생크림을 세 큰 술(10gx3) 넣고 잘 저어준다. 건진 면을 넣고 잘 섞으면서 후추 약간을 더하고 불을 끄고 올리브 오일을 듬뿍 둘러 준 후 접시에 담는다.   


 소스는 부드럽고 넉넉하게 하고, 생크림은 완전히 결합된 상태보다는 느슨한 각자의 관계가 유지되도록 하고는 약방의 감초 같은 후추를 잊을 만하면 맛보며 지루할 틈을 주지 않고 올라브 오일의 풋풋한 맛과 진한 풍미를… 이런 게 내가 좋아하고 보통 만들어 내고 싶은 요리인 것 같다.


 파스타는 만드는 시간이 면 삶는 기준에 맞춰 비교적 계량되어 있기 때문에,  시간 약속에 오차가 생기기 어렵다. 이동은 가스레인지에서 식탁으로 돌아서기만 하면 된다.

 얼마 전에는 피자 배달 주문을 했는데 '얼마나 걸릴까요?'라는 질문에 '삼십 분에서 한 시간 정도 걸립니다.'라는 대답을 들었다. 피자는 식탁 준비가 끝나기도 전에 '20분' 안에 도착했다.

 '몇 분에 먹자.' 이렇게 정확하게 예고했는데 요리보다 미리 와서 식탁에 앉아 성화다. 마음이 분주하다.

 

 로제 스파게티 사진이 없어서, 같이 곁들여 먹은 구운 호박과 볶은 닭고기 사진 첨부

구운 호박과 마른 팬에 볶은 닭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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