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에 가끔 가는 만두 칼국수 식당이 있다, 그리 크진 않은 가게이다. 주방 앞 테이블에서, 두 어르신께서 만두를 만드신다. 스테인리스 얕은 턱이 올라온 익숙한 넓은 쟁반에 빈틈없이 같은 간격으로 동그랗고 뽀얀 만두가 채워진다. 가득 채워지면 주방으로 옮겨간다. 이 만두를 사서 집에서 만둣국을 끓여 먹기로 했다. 마을버스를 타고 시내에서 내렸고, 횡단보도를 건너 걷다가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른 저녁시간이어서 가게에 손님은 없었지만 포장 주문이 많아서 분주했다. 배달 기사님 옆에 서서 사장님이 짬을 내어 말 걸어주기를 기다렸다가 생만두를 포장해 받고 가게에서 나왔다. 4월 중순이 넘었지만 오전에 비가 와서 쌀쌀한 날이다. 찬 바람에 펄럭이는 나뭇잎과 현수막 소리와 함께 버스를 기다리며 진지하게 따져보았다, 고기와 떡도 사야 하고 집에 가서 육수도 내야 하는데 왜 나는 가게에서 가서 먹을 생각을 하지는 않았는지. 조금 있다 버스가 왔다. 버스정류장 표시만 간신히 비어져있는 평행주차 되어 있는 차들 사이로 비집고 다가와 나를 빠트리지 않고 태워갔다. 사거리를 지나 다리를 건너고 다음 사거리에서 좌회전 후 버스에서 내렸다. 재작년까지 학교 앞 문구점이었던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앞 짧은 횡단보도를 건넜고 동네 선배의 단골 방앗간에서 썰어 놓은 가래떡을 샀다, 다른 곳 보다 떡이 도톰하고 형태가 좋다. 맞은편 정육점에서 양지 200g을 샀다, 보통은 덩어리채 받아오는데 썰어달라고 말씀드렸다. 다시 내렸던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사거리 안쪽의 벚나무 길이 시작되는 이 정류장부터 '우리 동네'의 큰 범위에 들어오기 때문에 보통은 걸어 다니는 길이다. 환승을 위해 다른 번호의 버스를 타고 집으로 왔다. 과속 방지턱과 마음이 급한 기사님과 만난 마을버스는 덜컹거리기 일쑤다, 나도 정신없다.
만둣국을 먹기 위해 집을 나설 때부터 식탁에 그릇을 놓기까지 2시간이 걸렸다. 장 본 비용은 만둣국 3그릇과 같았다. 셋이 집에서 편하게 둘러앉아 고기육수, 맛있는 김치에 만둣국을 먹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그 가게는 황태육수를 쓴다. 조금 더 그럴 듯 한 이유는 없는 걸까.
생만두를 사면 납작하고 접히는 뚜껑이 있는 백색 스티로폼 도시락 통에 노란 고무줄을 채워 10개를 두줄로 담아주신다. 고무줄을 풀고 뚜껑을 열었다. 이 도시락 통에 이만큼 잘 어울리는 내용물이 없다. 통통하게 오므려진 밀가루 반죽과 적당히 뿌려진 하얗고 부드러운 밀가루가 가득 채워진. '이리 와서 구경해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