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창문을 열고 연하게 맺힌 나뭇잎들이 빗방울에 흔들리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바닥에 고인 웅덩이에 비가 떨어지는 소리, 창문 방범창 틀의 얇은 금속판 위로 툭툭 떨어지는 소리, 철푸덕 철푸덕. 소리가 잦아들면 바람이 깊이 들어온다. 이런 날은 또 없을 그런 바람이다, 습하지도 매섭지도 않다. 나는 눈이 또렿해지고 집은 구석구석 생기를 채운다. 집안을 어슬렁 거리며 다시 창 밖을 바라보고 끄적이고, 나도 달그락 거리며 곳곳을 살핀다.
호박 구이
간혹 수저를 놓고 다른 식탁 준비를 하다가 뒤를 돌아보면 썰어 놓은 호박에 땀이 맺혀있다. 호박을 썰어 팬에 올린다. 충분히 두껍게 잘라도 괜찮다, 3cm. 가지와 다르게 호박은 끈끈함이 있어서 기름을 더하지 않아도 심심함이 없었다. 마른 팬에 구우면 그 안에서 밀도를 높이며 맛이 진해진다. 새삼 호박이 이런 맛이었지 생각하게 된다. ‘구웠다’라는 말은 온기와 보송보송함을 포함한다.
내용은 별일 없지만 가지구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