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벌레와 나뭇잎
텃밭에 다녀오면 종종 무언가 묻어 온다. 벚꽃길의 꽃잎이나 꽃대 같은 것들인데 간혹 작은 애벌레가 걸어놓은 옷 위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아주 작은 초록의, 가느다란 대롱 끝의 다리들이 옷을 꽉 붙잡고 있다. 집 밖 화단에 놓아주려고 옷을 들고나갔다. 바로 보이는 나무의 잎 가로 다가가 옮겨 가라고 재촉했더니 몸을 말아 올리고, 들었다 놨다 거칠게 저항하며 도망간다. '아니 왜! 옷 보다는 잎 아니야?'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저렇게까지 거부하면 살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유가 뭘까.'
광택 있고 도톰한 동백나무 잎이 부담스러운 걸까? 혹시나 하는 생각에 허리를 굽혀 나풀거리는 연두색의 낮은 모란 잎에 가져다주었다. 잠시 살펴보더니 잎으로 옮겨 간다.
잎의 갈래들 가장자리 굴곡을 따라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