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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삼거리 Sep 11. 2023

도시락

깁슈를 위한 점심

'깁슈 왔어?'

'깁슈 왔다!'


  r이 깁슈를 하게 되었다. 이 '깁슈'라는 것이 무엇이냐면 깁스 + 슈(신발), 반깁스 기능을 가진 탈부착 가능한 신발이다. 플라스틱으로 제작되어서 종아리까지 올라와 감싸도록 틀이 짜이고 그 안에 폭신한 쿠션이 있다. 벨크로로 몸에 맞게 조절하여 고정하고, 신었다 벗었다 할 수 있다. 그리고 바깥 바닥에 폭신한 밑창도 떼었다 붙었다 할 수 있어서, 밖에서 다니다가 집에 오면 신발 벗듯이 밑창만 떼어 놓으면 된다. 깁스를 한쪽 발에만 신어서 's 즈'는 삭제된 슈라고 한다. 깁슈, 어쩌다 보니 귀여운 이름이 되었다. 깁슈는 내가 만든 점심, 저녁 도시락을 필요로 했다. 갑작스러웠지만, 몇 번 준비하다 보니 요령도 생기고 이렇게 사진으로 남겨놓는 재미를 찾아서 저번주는 도시락을 두 개씩 챙겨 보냈다.


 첫날은 비상식량도 가득하고, 양을 가늠하지 못해서 두 개의 주머니를 도시락으로 채웠는데, 다음부터는 점심을 주식으로 하고 저녁은 빵, 과일, 주스로 가볍게 채워주었다. 오랜만에 도시락을 쌌는데, 처음은 상세한 주문이 들어와서 나름 맞춰서 준비했고 그다음부터는 조금씩 다른 재료로 바꿔가며 채웠다. 주문은 김자반, 달걀프라이, 장조림, 그리고 결정적으로 보온기에 든 따뜻한 미역국이었는데, 미역국은.. 구운 호박과 고구마를 같이 넣었는데, 지금 사진으로 다시 보니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가 조금 부족해 보인다. 미리 메뉴를 생각하고 장을 보았는데, 도시락 그릇 안에 밥과 반찬을 배치하면서 어제의 메뉴가 들어가기도 하고, '이런 게 부족한 것 같은데, 불편할 것 같은데' 파악하며 재빠르게 바꾸기도 했다. 그중 하나는 '소스가 흐르지 않을 것'이었는데 그래서 약간 물기가 있는 것은 꼭 짜서 넣었다.


 그렇게 우리 깁슈는 일주일을 보냈다. 조금 나아지기도 하고, 혼자 교실에서 먹는 밥이 쓸쓸하고 이번주 급식은 맛있는 메뉴가 많다며 급식을 먹겠다고 했다. '급식실에 함께 도착하려면, 먼저 출발하라!' j가 조언했다. 이 와중에 본인은 목발을 처방받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고 있다.


 밥, 채소와 과일, 고기나 소시지, 김치 말고 깻잎, 그리고 빵, 음료나 물,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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