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네 탓이다! 우리가 밤에 잠 못 드는 이유도, 새벽같이 일어나 몽롱함에 취할 겨를도 없이 피곤해지는 이유는.
어디선가 불쑥 나타나는 너를 알고자 온 집안을 구석구석 살폈는데, 이런 우리를 조롱이라도 하듯 어디선가 오고 있다. 문득 이런 연구가 어딘가에서 진행되고 있지 않을까. ‘모기의 식사가 인간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 ‘모기!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모기의 존재, 쓸모’ 같은, 진지하다. 그런데 이미 유수의 과학자들과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8월 20일 ‘세계 모기의 날’이 있다는 것만 들어도 다했다. 모기는 유유히 날아와 내 피부에 안착하고 ‘쪽’ 나의 피를 가져간다. 인간이란 모기에게 한없이 내어줄 수밖에 없는 존재인가. 모기가 필요하다는 입장은 모기가 여러 작은 동물들의 먹이가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꽃의 수분을 돕기도 한단다. 어쩐지 여전하게 생태계의 일원으로 먹이사슬에 한 고리를 차지하여 순환에 미약한 도움을 주고 있는 인간이 될 수 있는 이유가 ‘모기의 식사’ 때문인 것 같아서, 기꺼이 몇 번은 참을 수 있지만 이맘때 매일 반복되는, 그것도 인간의 휴식을 방해하는 모기를 대하고 있으니 어쩐지 농락당하는 기분이고 이게 다 뭔가 싶다, 그 영리함이란. 이제 날 추워져서 모기가 물러간다니 조금만 버티면 없던 일처럼 인간으로서의 편안함을 이어갈 수 있다. 톰크루즈 주연, 스티븐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우주전쟁’의 마지막이 떠오른다. 외계 생명은 지구의 작은 미생물들에게 서서히 파괴되었다. 우리를 모기에서 구해주는 것 또한 지구다. 처서는 이미 지난 지 오래지만 모기의 입이 비뚤어지는 때까지 버텨야 한다.
내가 진짜 남사스러워서 이 얘기 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몇 년째 시험 보러 가는 날 잠을 설쳐서 컨디션 조절이 안되어(?) 합격하지 못한 것은 너 때문이다! ‘남사스럽다’는 표현은 처음 써보는 것이다. 뻔뻔해지기까지 하다. (이 부분에서 모기는 매우 억울할 수 있다.)
우리가 예전에 옹기종기 한 방에 모여 잘 적에, 방을 가득 채우는 모기장을 펼쳤다. 그렇게 몇 년을 보내고 언젠가부터 새로운 도구로 전자모기채에 건전지를 갈아 끼우며 버티고 있다. 물론 스프레이식 살충제도 함께이다. 그렇지만 이것들은 어디까지나 대응 방법일 뿐 여전히 네가 어디에서 오고 가는지를 통 알 수 없다. 알 수 없는 것의 한계를 따갑고 가렵게 느끼며 가을밤을 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