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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삼거리 Oct 31. 2023

텃밭

땅콩

 축축하게 비 온 후의 아침에 밭에 나가서 떨어진 잎들을 걷어냈는데 손이 시려온다. 어르신들이 많이 나오시는 시간이었는데, 날이 추워져서 오늘은 혼자다. 해 뜨는 시간이 조금씩 늦어지고 있고, 멀리에 아직 밝은 달이 북한산 인수봉 위에서 넘어가고 있다. 익은 꽃대는 채집하고, 말라서 조금만 힘주면 ‘쑥’ 뽑혀버리는 줄기들을 정리하는 일만 남았다. 바질나무줄기에도 향이 가득해서 그냥 퇴비장으로 보내기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만 뾰족한 수는 없다. 무는 잘 자라고 있고, 배추는 보시다시피 보잘것없이 자라고 있지만, 초록 잎이 무척 맛 좋다는 특징이 있다. 얼마 전에는 배추 전을 해 먹었다. 잘 익은 노란 배춧잎의 고소함과는 다른 초록 그대로의 잎이었다. 한창 새로 얻은 시골집과 텃밭 가꾸기를 즐기고 계신 지인이 배추를 나눠주신다기에 잘 키운 것을 감사히 받아서 먹기로 했고, 우리 배추는 이렇게 야금야금 먹기로 했다. 자라는 맛을 즐기면서.


 요즘에 밭에 특별히 가는 이유는 땅콩이 자라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다. 줄기에서 나온 잎이 이제 제법, 아는 땅콩잎 형태가 되었다. 긴 호흡으로 가져가고 싶어서 글자수를 두배로 늘였더니 네 배는 힘들어졌다. 제법, 아는 틀을 만들기 위해서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어디로 갈지 모르겠는 것이 특징이지만, 가는 걸음은 내가 아는 것을, 선택을 벗어나는 법이 없다. 그럴 때 이렇게 ‘짠’하고 나타난 땅콩 줄기는 스스로로 자라는 모습을 뽐내며, 알 수 없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라는 땅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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