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의 날씨
꽃대 튀김을 해보고 싶어서 바질 꽃대를 채집하러 밭에 갔었는데 아직은 영하의 날씨가 아니었지만 전날 온 비바람과 떨어진 기온에 냉해를 입은 것들이 보였다. 역시나 이웃 밭 작물들에는 도톰한 비닐이 덮여 있었다, 텃밭에서 사람들이 때를 맞추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거둘 것은 챙겨서 집으로 가져왔는데, 고춧대도 잘라왔다. 이렇게 집에 가져온 것은 잎을 따서 삶아 나물로 무쳐먹을 요량이었지만, 가만히 살펴보니 탁 꺾인 마디와 끝이 붓자락처럼 툭 떨어지는 길쭉한 잎새가 '알랙산더 칼더'의 모빌을 연상시키는 것이 마음에 들어서 병에 꽂아두었다. 새벽 두 시가 되면 영하로 떨어진다는 일기예보를 믿고 따뜻한 나의 책상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차가운 세계를. "오, 인간들이여. 고래를 칭송하며 본받을 지니! 그대들도 얼음물에서 온기를 유지하라. 그대들도 세상에 살되 그곳의 일부가 되지 마라. 적도에서는 서늘하게 지내고 극지에서는 피를 돌게 하라. 성베드로 성당의 커다란 돔 지붕처럼, 그리고 커다란 돌고래처럼. 오 인간들이여, 사계절 어느 때건 그대만의 체온을 유지하라. 하지만 이런 미덕을 가르치는 것은 얼마나 쉽고 또 부질없는가! 세상에 성베드로 성당처럼 돔을 얹은 건축물이 얼마나 되며, 고래만큼 큰 생물은 또 몇이나 되겠는가!" - 허먼 멜빌 "모비딕" 열린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