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씨 반응
요즘에는 국이 있는 식탁을 많이 차려서 스파게티 먹는 일이 줄었었는데, 그래도 일요일 점심은 역시 '있는 재료 스파게티'다. 이렇게 두 번의 스파게티를 만들고 보니 이건 사실 우리 집 여름 스파게티 재료들인데 내가 나름의 가을 색을 입혀서 그럴듯한 '가을 스파게티'를 만든 것 같아 자화자찬하며 근사하게 적어 남길 요량이었지만 오늘 앞뒤 창을 휘감는 바람소리에, '이거 미처 남기지 못하고 겨울을 맞는가'하며 날씨에 쫓겨서 당장 적는다. 며칠을 붙잡고 있으며 마무리하지 못한 다른 페이지를 보면서 아무리 생각해 봐도 별 내용이 없는데 뭘 더하고 싶은 걸까를 되짚어보고 있었는데, 그런 거 저런 거 소용없이 그래도 이건 꼭 쓰고 싶다는 집중된 빠릿빠릿함이 발동하는 것은 우리 중 그 누구도 어찌할 수 없다는 지나간 것을 잡을 수 없는 순전한 계절의 힘일까.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히 즐긴 것 아닌가, 내일은 부쩍 추워진다고 한다.
첫 번째,
바질양파페스토액젓소스스파게티
집에 있던 멸치 액젓을 약간 넣고 볶다가 면수를 두국자 넣어서 팔팔 끓여 육수를 만들어 놓았다. 면이 다 익으면 소스팬의 불을 끈 후에 면을 담고 양파, 마늘, 올리브오일을 넣고 갈아놓았던 바질페스토를 듬뿍 넣고 잘 섞는다.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접시에 담는다. 짭짤하고 뜨거운 육수에 페스토가 살짝 익혀지면서 면에 갈색이 베어 들고 양파의 단맛이 난다.
두 번째,
짙게구운호박가지마른바질마늘소스스파게티
가지를 썰고, 호박도 납작하게 썬다. 마른 팬에 가지와 호박을 앞뒤로 진하게 굽는다. 팬 한쪽에 마른 바질씨앗과 저민 마늘 한쪽, 맵지 않은 고추 한 개를 썰어 넣고 볶다가 올리브오일을 부어 지글지글 튀기고 면수를 두 국자 붓고 끓여 불을 줄인다. 후추를 부수어 넣고 올리브오일도 넣어서 데우다가 불을 끈다. 여름파스타라고 부르며 호박을 살짝 익혀 먹었었는데, 가을의 맛은 여기에 짙은 갈색이 더한 것이다. 구운 호박, 가지가 맛을 더한다. 같은 재료로 조금 다른 맛을 내보았다.
쯧쯧, 다 떨어졌네 이거.
참고
여름파스타 https://brunch.co.kr/@bluetable/136
시재 작가님에게,
(세탁기 사건을 남기지 못했지만)
오늘, 겨울을 만난 얘기를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