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가끔 생만두를 잡으러 가는 가게가 있다. 어르신 두 분이 계산대 앞 테이블에서 동그랗게 예쁜 만두를 빚으셨다. 언제나 투닥거리는 형제인 사장님들과 조용하게 만두만 빚으시는 두 아주머니를 바라보며 손님 가득 찬 점심시간에 만둣국 그릇을 비우기도 했다. 어느 날은 내가 육수를 내고 식탁을 차리는 동안 j가 가서 만두를 잡아왔는데 스티로폼 일회용 도시락에 채워진 고무줄을 풀고 뚜껑을 열어보니 길쭉한 만두가 줄지어 들어있었다. '오잉' 만두 모양이 바뀌었네! 길쭉하게 그릇에 담긴 모양이 낯설기는 했지만 맛은 변함없었고 숟가락으로 '툭' 잘라 한 술 뜨기에 나쁘지는 않았다. 그러다 최근에 휴식시간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사가려고 들린 가게의 문 옆에 A4 메모 한 장이 붙어있는 것을 보았다. '만두 기계를 이용해서 만두 모양이 변경되었습니다.' 아, 여러 가지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만두 빚는 모습은 이제 볼 수 없는 것이다, 아주머니들은 어디로. 아니, 만두를 동그랗게 모양 잡는 것이 이렇게 사람의 손을 필요로 하는 것이구나! 사라질 수 있는, 사진으로만 남겨진 나의 동그란 만두라니. 적당하게 뿌려져 있는 이 밀가루도 사진으로만 남겨졌다. 새로 포장해 온 만두는 의미 없이 밀가루가 잔뜩 뿌려져 있어서 털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아쉬워졌다 할 밖에. 형틀에 찍어내기 식의 단순한 만두 기계로는 동그란 모양을 만들기 어려운 것 같다. 주머니 같이 소를 눌러 담고 위쪽에서 오므려 주는 것은 할 수 있는데, 길쭉하게 만든 것의 끝을 잡고 감싸듯이 마는 것은 손길이 필요한 작업이다. 만두공장 영상을 보니 제 모양이 있는 갈비만두는 갈빗대 모양을 만들기 위해서 기계에서 나온 긴 만두를 사람의 손을 거쳐 살짝 접는 작업을 한다. 만두 빚는 로봇이 등장하기도 할까.
이렇게 된 거,
설날의 TV쇼에서 올해의 만두 만들기 대회 같은 것이 열리면 좋겠다.
"자, 올해의 만두를 공개합니다! 우승자는 삼각산에서 오신 두 신선 만두, 찰지고 적당한 밀도의 반죽에 가운데가 볼록하게 채워지는 형태에 맞춰서, 아 이 오묘하며 둥그스름하게 밀어진 만두피를 한 손에 펼쳐 엄지손가락으로 누르듯 고정하고 소를 충실하게 넣습니다, 반을 접는 듯하며 다시 모양을 추스르고 중지와 검지를 붙여 잡고 엄지로 골을 만들 듯 힘을 주면서- 그렇다고 너무 꽉 누르면 안 되겠죠. 고르게 일정한 힘을 주는 것이 관건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양 끝을 겹잡고 한번 더 지그시 눌러주는 것이죠. 평범한 듯하면서 수수한 매력이 있는 만두입니다. 쪄서 내었을 때의 모습도 궁금하시죠? 우승 만두는 특별 제작한 대나무 찜통에 쪄서 맛보겠습니다. 올해의 만두였습니다. 내년에 뵙겠습니다."
만두를 빚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