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
불린 쌀에 평소보다 약간 물을 더해서 솥에 넣고,
마른 팬에 살짝 볶은 잔멸치를 가루를 털어 내고 얹어 밥을 합니다.
1인분 쌀에 잔멸치 한주먹만큼 했습니다.
익으면서 마른 멸치도 불어나기 때문에,
밥이 다 되었을 때 여유가 있을 만큼의 공간이 남아야 설익지 않습니다.
솥의 크기를 확인해야 합니다.
다 익으면 불을 끄고 한번 저어 놓고 뜸을 들여 담습니다.
고양이와 생선
내가 명색이 '고양이삼거리'이지만 고양이와 같이 살지를 않고, 그가 좋아하는 물고기, 생선을 잘 다루지 못한다. 단지 고양이들이 모여드는 담장 위의 삼거리 옆에 살았었기 때문에 가져온 이름이다. 벽돌 담은 고양이들의 안전한 통로이자 햇빛을 쬐거나 피하는 휴식처였기 때문에 많은 고양이들이 지나다녔고, 1층에 살던 우리는 눈높이에서 그들을 만나곤 했다. 주의 깊게 보고 있지 않아도 작업실 베란다 쪽에, 아래층을 위해 담장에 걸쳐져 설치된 오래된 반투명 폴리카보네이트 패널 캐노피를 누군가 밟고 지나가면 삐그덕 거리며 소리를 내기 때문에 부엌의 작은 창으로 내다보지 않을 수 없었고, 녀석들은 눈치 빠르게 나와 눈을 맞추며 갈길을 갔다. 지금은 이사했기 때문에 다른 이름을 찾을까 생각도 해보지만 떠오르는 것이 없다. 우리는 공원에서 만나는 이들에게 '고양이 삼거리로 오시오!*'라고 말하곤 했는데, 녀석들은 잘도 찾아왔다. 종종 싸움이 나기도 해서, 시끄러우니 여기서 싸우지 말라며 좋은 말로 타일렀는데 과연, 언젠가부터는 저-쪽 큰길에서 싸우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모리타 히로유키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 “고양이의 보은” 속 대사 '고양이 사무소로 오시오!'
마른 멸치
본론으로 들어가서, 내가 자신 있게 다루는 생선으로는 멸치가 있다. 정확하게는 마른 멸치라고 해야 한다. 얼마 전에는 조금 떨어진 상점에서 싱싱한 대구를 구할 수 있어서 대구탕을 끓이기도 했는데, 생선은 신선하고 잘 다듬어져 있는 것을 사야 했기 때문에 근처에서는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엊그제는 처음으로 꽁치를 사다가 구워보았다. j가 보기에 눈이 또렿하다고 해서 골라온 꽁치는 정말 맛이 좋았다. 젊은 사장님이 꼼꼼하게 손질해 주셨다. 물론 굽는 것은 나의 주담당이 아니므로 j가 했다. 무언가 특정 메뉴를 위해서 멀리 재료를 사러 가기보다는 근처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로, 계절에 따라, 생활 반경 안의 것들로 요리하는 편이라서 그래서, 어떤 우연들이 겹쳐져서 약속이 있었다던지, 볼일이 있었다던지 해서 새로운 장소를 다녀오다가 재료를 사게 되는 날은 그야말로 별식 메뉴가 식탁에 오르게 되고 보통의 날에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이다. 그래서 제철은 더욱 반갑지만, (이 글을 적으면서) 오늘에서야 내 기준 요리재료의 제철은 채소와 과일, 곡물에만 국한된 영역이었음을 알았다, 생선은 그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나로서는 겨울, 멸치가 철은 아니지만 이맘때 마른 멸치야 말로 진가를 발휘하는 것이다. 어묵탕에 넣기도 하고 잘 볶아서 된장찌개 맛을 내기도 하고 멸치국수를 끓이기도 하고, 큰 멸치를 다듬어서 고추장 구이를 하기도 한다. 이건 추운 날들의 메뉴이다.
우리 집 상황
나는 집에서 각종 생선구이 및 조림과 찌개, 게장과 여러 갑각류 및 홍어 무침, 찜 등등을 대수롭지 않게 먹고 자랐고 아주 가끔 외가에 가면 매생이 떡국에 한 다라 삶아진 꼬막을 간식처럼 먹기도 했었지만 우리 집에서 이런 메뉴는 등장하지 않는다, 특히 생선은. 오로지 마른 건식자재인 멸치, 황태가 있고 특별냉동식 동태포와 보리굴비가 있을 뿐이다. 생선구이는 시장에서 구워져 있는 것을 사 와서 데우거나 잘 손질되어 포장된 간잽이 명인이 만들어주신 고등어, 삼치 정도를 샀는데 조개는 술찜 하는 바지락까지만 가능하다. 홍합은 아주 오래전에 동네에 온 트럭아저씨께 뜬금없이 한 푸대 정도를 사게 되어서 산더미 같이 쌓아놓고 며칠을 먹은, 그날 이후로는 전혀 생각나지가 않았기 때문에 가끔 가는 골뱅이 무침 가게에서 내어주는 한 그릇 정도만 맛있게 먹는다. 오징어는 아주 드물게 등장하는데 요즘, 구운 오징어는 시장에서 가끔 사다 먹었다. 우리가 처음부터 이렇게 폭이 좁은 것은 아니었는데 집 근처에서는 만족할만한 생선을 구하지 못했던 것도 주요 이유 중 하나였고, 택배를 거의 이용하지 않은 것도 한 가지다. (요리재료를 받아본 것은 몇 년 전에 학교에서 일괄로 보내준 야채꾸러미들이 다였다. 지나 생각해 보니 그것들은 학생들을 위해서 좋은 재료를 선별해 편집해서 보내준 것으로 우리는 잘 사지 않던 재료들을 받아서 재미나게 썼다.) 할만한 것들은 다 한 두 번씩 요리 하긴 했지만 내가 맛을 잘 살리지 못했기도 하고 그 음식들은 집에서 뚝딱 만들어지는 것 같은, 많은 어머님들의 요리이긴 하나 그건 다년간의 노하우가 쌓인 결과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갈길이 멀다 하며, 나까지 꼭 잘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나는 맛있게 먹는 것을 잘한다. 그리고 언제든 갈 수 있는 맛있는 동태탕, 생선구이집을 알고 있다. 가끔 게 철에는 마미의 특별 레시피 간장조림게장이 등장한다.
몇 년 전에는 뜬금없이 조개구이가 먹고 싶다는 r을 데리고 서해바닷가 조개구이집에 간 적이 있었다. 꼭 먹고 싶다고 해서 갔으나, 화려하게 펼쳐진 조개들을 보더니 막상 제대로 즐기지를 못하고,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조개는 바지락뿐이다'라는 생각을 가지며 욕심을 버리기로 했다. 그래도 바닷가에 가면 인근의 맛있는 생선요릿집을 찾아가고 대표메뉴라고 하는 새로운 요리들을 맛본다. 시장에서 잡아온 생선을 숙소에서 손질해 바베큐통에 넣고 훈제를 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므로 바닷가 여행의 식사는 언제나 특별하고 우리 여행의 즐거움을 한껏 부풀게 한다.
생선, 멸치요리
그런 이유로 절인멸치, 마른 멸치, 멸치액젓으로 다양한 상태로 슈퍼에서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멸치는 우리의 생선이다. 그래 어디 보자, 부산 기장이 고향인 형부와 결혼한 동네 선배는 여행에서 맛있게 먹었던 앤초비가 생각났다며 생멸치를 다듬어서 직접 만든 앤초비 절임을 선물해주기도 했었다. 대형 마트에서 쉽게 살 수도 있어서 예전에는 파스타 먹을 때 곁들여서 많이 먹긴 했지만 요즘은 신기하게 잘 찾지는 않았다. 그래도 우리가 좋아하는 절임 중 하나이다. 멸치액젓은 간단한 겉절이를 하거나 국을 끓이거나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니까 이 또한 중요한 숙성된 맛 중의 하나이다. 얼마 전에 산 태국산 피시소스는 멸치가 재료이지만 우리 액젓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것 같은데 설탕도 들어가 있어 약간 달짝지근한 맛을 주었다. 연한 맛을 주는 소스다. 스파게티 만들 때에는 액젓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역시 고소한 건조 멸치의 맛이 살아있는 소스를 만들어서 먹는다. 멸치는 잔멸치, 볶음용 멸치, 국물용 멸치로 크게 구분한다. 더 세세하게는 세멸, 자멸, 소멸, 중멸, 대멸이다, 크기에 따른 분류가 된다. 언젠가 본가에서 중멸치를 한 봉지 주시기에 '국물용이 필요한데, 큰 멸치는 없는가?'라고 물었더니 '없으니, 이 볶음용 멸치로 국물을 내어라'라는 일리 있는 얘기를 들었다. 국, 찌개 이렇게 밥 또는 찬으로 언제든지 요리될 준비가 되어있는 멸치는 3대 ‘치’ 음식에 당당하게 들어간다, 김치, 멸치, 참치(?). 맛있는 생선요리는 전문가가 해주는 것을 선호한다.
우리의
생선, 멸치요리
나는 몇 가지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멸치 요리법을 가지고 있는데, 시작이 멸치밥이었다. 처음 먹어 본 것은 통영 여행에서다. 멸치 한 상을 먹는 식당이었는데, 멸치밥, 찌게, 회, 전, 무침, 튀김.. 없는 것이 없었다. 참, 다양하구나 생각하면서도 제일 인상적인 것이 멸치밥이었다. 잔멸치가 담긴 멸치밥은 비리지 않았고 한 그릇의 밥으로 충분했다. 그리고 이런저런 것을 거쳐 만든 멸치 스파게티 요리법이 있다.
멸치 스펙트럼,
어디까지, 어떻게 다룰 수 있는가
생생멸치
절임 멸치 앤초비
마 른 멸 치 잔멸치, 볶음멸치, 국물멸치
멸치 액젓 피시소스
메루치젓
요리 재료 다루기
다양하게 식재료를 요리하지는 못하지만 이렇게 좋아하는 것 몇 가지를 다뤄보면서, 계속 관심 가지고 하다 보면 나름의 연구가 된다. 내가 요리하는 편하게 두고 쓸 수 있는 건식자재로 멸치가 있고 텃밭에서 시작한 채소로 배추, 가지, 당근, 바질이 있다. 쌀, 국수, 파스타도 넣을 수 있겠다. 성의를 다하는 요리와 요리글쓰기를 멈추기가 쉽지 않다, 재밌으니깐.
일단 재료와 친해지기가 중요하고 이 친밀도는 우연한 사건에서 오기도 한다. 그건 두고두고 생각날, 기억된다. 그 기억이 함께하는 즐거움을 몽글하게 계란찜처럼 부풀어 오르게 하고 그것들은 쌓여가며, 자주 대하다 보면 연구라는 말, 많이 대해 본 것을 아끼는, 다루는 태도에서 새로운 요리법이 나온다. 가까운 재료를 더 즐기기, 그곳에서 오는 깊은 확장, 열정, 자라는 이야기들, 관찰에서 오는 힌트들.
나는 그래도 마른 멸치는 좀 다루는 편인 데,
다른 것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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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멸치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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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날에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