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 파도
파도가 높았지만 물은 따뜻했고, 부-웅 머리끝까지 부드럽게 물 안에서 떠올랐다가 내려왔다. 모든 소리가 잠기고 빛이 굴절되고 오로지 꼭 쥐고 있는 r의 작은 손과 '두둥'하며 나만을 감싼 투명한 물질들만이 함께하는 찬란. '푸-하'하고 물 밖으로 나와 재잘거리며 쏟아지는 모든 소리와 사람들 사이에서 정면에 초록색 깁스한 j의 형체가 눈에 들어오면 다시 바다에 서있었다. r과 둘이 파도 안에서 놀고 있을 때, j는 멀리서 우리가 떠오르는 것을 꼭 확인했다고 한다. 그 해, 그날의 여름은 나의 기억에 남았다. 모든 감각들과 함께 밀려온다. 그 후에도 많은 바다를 만났지만 언제나 그날이 그리웠다. 차갑기도, 너무나 고요하기도, 사납기도 했다.
그날은 여행의 마지막 시간이었다. 그냥 짐을 챙겨서 여유 있게 맛있는 점심을 먹고 서울로 출발할 수도 있었지만 유난히 맑은 햇빛과 어우러지는 사람들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짐을 챙겨 나와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있던 우리는 조금씩 들뜨는 마음을 활짝 풀어내고 다시, 바다로 들어간다.
우리의 여름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