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와 검은콩
없이 만드는 술빵
한 컵을 채우지 못하고 애매하게 남아 있던 막걸리를 보니 뜬금없이 술빵이 생각나서 만들어보았다. 적당한 찜통이 없어서 큰 냄비에 물을 채우고 오목한 접시를 띄워서 뚜껑을 덮고 쪄내었다. 따뜻할 때 먹었더니 생각했던 것보다 술기운이 세다는 문제를 제외하고는 이렇게도 되네 싶게 재밌게 만들어졌다. 처음이어서 적당히 있는 재료들로 부담 없이 해보자 했는데, 완성이 되었다. 약간 질척한 반죽이 되도록 밀가루 양을 조절하고 소금 약간과 설탕 두 큰 술 정도 넣고 (이것도, 남아 있던) 우유 반컵과 계란 1개를 넣어주었다. 콩은 미리 불렸다가, 접시에 올리브오일을 얇게 펴 바르고 반죽을 담고 나서, 반죽 위에 올렸다. 반죽은 상온에서 30분 정도 두었다가 냉장고에 3-4시간 넣어 두었는데 기포들이 잘 생기고 꺼내서 저어보니 찰지게 숙성이 잘되어 있었다. (보통은 상온에서 발효함.) 시간은 물이 끓기 시작하고 20분 정도 더 찐 것 같은데, 젓가락으로 찔러서 반죽이 묻어 나오지 않으면 다 익은 것이라고 한다. 그릇에서 떼어낼 때 빵이 찰싹 붙어 있어서 힘을 주어야 했고, 오목한 접시에서 빵이 어떻게 부풀까 했는데 이렇게 가운데가 위로 불록하게 부풀어 올랐다.
술빵은 어린 날 대추나무집 살 적에 할머니가 만들어 주셔서 손에 쥐고 마당에서 놀던 기억이 다이고 나는 사실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나서서 만들고 식구들에게 호들갑 떨며 먹어보라고 권하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조금 취할 수도, 술빵의 취기 어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