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이야기
까마귀는 가끔 볼품없이 벽에서 엉성하게 수평을 유지하지 못한 채로 삐져나온 연통에 올라타 쉬다가, 보일러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뒤뚱거리며 몇 걸음 걷다 날아간다. 발톱이 닿고 스치는 소리가 처음에는 작은 새가 연통 안을 걸어가는 것 같았다. 왜 바로 날아가지 않는지는 모르겠다. 지지배배는 건물과 건물 사이 전깃줄에 앉아서 한쪽 날개를 펴고 우리에게 자랑하듯 털을 고른다. 다양한 작은 새들의 울음이 맑고 강단 있게 머무른다. 참새는 귀엽지, 통통.
내가 만난 새 중에 제일을 꼽으라면 어치다. 어느 해 눈 내리는 삼각산의 진달래능선 끝 즈음에 머물렀을 때, 잠시 쉬며 따뜻한 설탕물을 나눠 마셨는데 눈 쌓인 나뭇가지 틈에서 우리를 지켜보는 눈길을 느꼈다. 바로 옆에서 눈이 마주쳤다. 달아나지도 않고, 피하지도 않고 당당하게 우리를 바라보던 그는 몸을 한껏 부풀리며 자신을 과시했다. 참 멋있는 녀석이었다. 주황빛 머리와 풍성한 갈색의 가슴 털, 푸르고 검은, 흰 줄의 패턴이 멋진 꼬리 깃이 눈송이들과 어울렸고 포근했다. 그때는 이름을 알지 못했었기 때문에 그 특징들을 더 샅샅이 살피고 기억했다. 시간은 충분했고 녀석은 한참을 우리와 함께했다, 어린아이 같기도 하고 마치 산새들의 대장같이 위엄 있는 모습이기도 했다. 적절한 시간에 아쉬울 것 없이 우리들은 헤어졌다. 기억이 새겨질 시간이 충분했다.
어치는 도토리를 좋아하고, 저장도 할 수 있다고 한다, 똑똑하다. 도토리묵을 좋아하지만 그가 신경 쓰이는 것이 사실이다. 예전에 자주 가던 식당은 어느 날 도토리 음식을 지웠고 식당 안에 납득할만한 이유도 적었다. 우리는 어차피 선호하지 않는 메뉴들이어서 먹어본 적도 없었는데, 아쉬워하는 손님들이 많았다. 시장의 할머니 야채가게에는 지리산 도토리묵을 파는데, 어디 비할 수 없이 쫀득하고 맛이 진하다. 그래도 최근에 먹어본 중 제일은 가끔 가는 평양냉면, 불고기 집에 반찬으로 나오는 도토리묵 4조각이다. 직접 만드는 것인지 얕은 종발 크기로 둥글납작하게 모양이 잡힌 것을 조각내서 양념장 얹어 내어 준다. 달짝지근한 그 집의 옛날 불고기는 마지막에 쌉싸름한 메밀 사리를 먹어야만 완성되는 맛으로, 도토리묵도 그 역할을 잘하고 있다.
나는 그들이 나에게 준 ‘푸드 분야 크리에이티브‘라는 뱃지에 걸맞게 모든 이야기에 음식을 곁들이고 있다.
200번째 이야기
200개 목록이 채워지는 동안 많이는 아니지만 꾸준하게 검색되는 메뉴는 의외로 설탕물 레시피입니다.
100번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