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양이삼거리 Sep 21. 2023

햅쌀

쌀가게


 "안녕하세요, 4kg 쌀 하나 주세요."

 "(흠..) 조금 있으면 햅쌀 나오는데.."


 동네 자주 가는 쌀가게 사장님께서 햅쌀이 금방 나오는데 조금 있다 사는 게 어떠냐고 하셨다.


 "괜찮습니다. 금방 또 사면되죠!"

 

 이 묵은쌀은 저희 집에서 먹겠습니다! 나는 물론 속으로 생각한 것이지만 j는 이걸 말로 하는 사람이다, 특히 과일 살 때. '못생긴 거 주세요, 저희가 먹겠습니다.'


 처음 혼자 독립하여 살 적에 어색한 것 중 하나는 쌀을 사야 한다는 것이었다. 쌀은 집집마다 항상 있고 밥솥의 밥도 자동으로 공급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채워 두는 것도 해야 하고 벌레가 생기지 않게 보관, 관리도 해야 하는 것이었다. 쌀도 잘 알고 시기에 따른 상태도 어느 정도 파악해서 밥을 해야 하며, 생각보다 자주 사야 하는 것도 있었다. 예전에 자주 가던 잡곡집 사장님은 이렇게 하면 밥맛이 좋다며 찹쌀을 한주먹 섞어주시곤 했다. 품종이나 지역, 농법, 도정을 잘 알고 따지진 않는데, 요 햅쌀이라는 것은 즐길만한 것이다. 쌀가게는 큰 단위로 배달도 많이 하고 온라인 택배도 하셔서 그런지 매장에서 직접 사 들고 가는 사람은 적어서인가, 내가 한쪽 팔에 쌀을 안고 가보겠다고 하면 늘 봉투에 안 넣어드려도 괜찮냐를 물어보시고는 문도 열어주셔서 누가보아도 가뿐하고 안정적으로 들고 있는 나는 그 순간이 참 어색하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기분이 좋다.


 며칠 후 가게 앞에 보니 ‘햅쌀입하’ 안내가 붙어있었다.

이전 10화 각설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