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잘한 얼음이 덮인 아이스아메리카노에 각설탕 하나를 띄우면 소리 없이 바글거리면서 스-윽 커피가 설탕 알갱이들 사이로 스며든다. 가만히 얼음들 사이에 올려진 것 같지만 산산이 분해되기 일보직전인 각설탕은 각을 유지하기에 물의 무게가 버겁다. 빨대로 휘저으면 사르르 흩어내린다. '안녕.'
옆에서 각설탕을 퐁당 빠트리고 빨대로 컵의 바닥을 휘젓던 j가 호들갑스럽게 말했다. "안녕!" 차가워진 유리잔 벽 옅은 커피 사이로 빼꼼하게 각설탕이 나타났다, 아직 단단한 채로. '이 그 이 그'하며 보고 있는 나에게 j가 말한다. "너는 안 반가워?"
에스프레소에 각설탕 한 개를 넣으면 크레마 가운데 공기방울 몇 개가 떠오른다. 조금 기다리다가 티스푼으로 톡톡 두드리면서 반응을 살핀다. 흔들림이 없다. 더 있다가 툭툭 건드리며 재촉하는 티를 내면 그제야 흐트러지기 시작한다. 보이지는 않는다, 잠자코 기다리면 기어코 녹는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는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나는 한번 젓지도 않고 점점 진해지는 단맛으로 알 뿐이다.
그 카페에서는 커피를 주문하면 작은 시럽 그릇에 각설탕을 담아준다. 우리에게 설탕을 담아주는 사람은 세 명이 있는데, 첫 번째 직원은 반이 잘리고 뭉뚝한 것을 먼저 내어주었다. 그래서 보통 두 개 양이면, 반으로 나눠진 것 네 개를 담아주었다. 두 번째 직원은 크고 반듯한 것을 먼저 내어주었다. 그래서 녹는 모습 지켜보기를 할 수 있었다. 세 번째 직원은 꼭 큰 것 하나와 반쪽짜리 두 개를 내어주었다. 참으로 균형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이 시간 외에 각설탕을 만나는 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