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조금 심드렁하게 시작됐어. 번개같이 반짝이는 일은 생기지 않았지. 주말을 앞두고 그렇게 활기차지도 않고 그렇게 급할 것도 없는 평범한 날이거든. 그런데 가끔 뭔가 아주 작은 것들이 고개를 들곤 해. 흘려보낼 법한 것들이.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 형태가 만져지지 않는 그 작은 것을 산책길에 주어 든 꽃송이 같이 가만히 쥐고 길을 걷는 거야, 손가락을 펼 수도 없지만 움켜쥘 수도 없었지. 나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일이 돼버리는 거야, 간질간질한 기운이 온몸을 사로잡거든. 이름 붙여지지 않는 이야기와 시간의 하나. 그러니까 이런 날 말이야, 자꾸만 새로운 요리를 하고 싶어. 요리법을 찾아보는 게 아니야, 처음인 재료를 구입하는 것도 아니지. 평소와 다른 맛을 살짝 더하는 정도면 적당해. 적정해, 그 정도가. 마른 멸치를 덕다가 올리브오일을 뿌려 만들던 멸치 볶음에 설탕을 살짝 뿌리는 일, 어떤 날은 청양고추를 얇게 썰어 넣기도 하는 거야. 평소 감각이 흔들리기 시작해, 그런 일렁임이 필요한 거거든, 나의 목요일 부엌에는.”
어쩌면 이건 정돈된 삶을, 내가 만들고 지키는 세상의 경계를 탐험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내 요리 감각을 잃지 않았다는, 유지하고 있다는 확인 같은 것. 그리고는 통통거리면서 작은 움직임을 만든다. 채소와 과일을 사고, 동네 고깃집에 들러서, 다듬고 자르고 이어 붙여서 불을 켜고 식탁과 냉장고, 조리대, 싱크대를 군더더기 없이 오가면서 휘젓고 기다리고 먹기 좋게 담아내며 이어지는 나의 반복과 쬐금의 달고 매운 가미 혹은 점프, 사건. 제목은 바뀌지 않지만 그날의 감각을 살아내고 있다는 것.
“예전에는 뭔가 중요하고 대단한 일을 하는 건 줄 알았어.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며 쉴 틈 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섰지. 그런데 내것은 가지지 못한, 지키지 못한 시간들이었던 거야. 어떤 것도 머무르지 않았고, 어떤 것에도 애정을 주지 않았어. 그런데 멈춰서 보는 법을 배운 것 같아. 너와, 우리가 함께하는 매일의 식사, 점심(點心) 시간에. 좋아하는 것을 지키고 반복하면서 조금의 차이를 만들어.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는 불안은 견딜 수 있는 만큼이었고, 한 발 디딜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있으니까. 이 정도면 적당한 것 같아. 나는 맛있는 일상을 요리해, 나의 목요일 부엌에서. 그리고 이건 어디로든 경쾌하게 걸음을 옮기게 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