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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삼거리 Jul 18. 2024

맑은잎배추소고기탕

요리 이름 찾기

 오늘 재료는 배추와 소고기다. 복날이 가까워오니 닭백숙만큼이나 큰 고기 넣고 끓인 보양식이 생각난다. 고기도 고기지만 이럴 때일수록 겨울 못지않게 배추 육수를 함께 맛보면서 시원함을 느끼고 싶다.


 이 두 가지를 주요 재료로 보통 국을 끓인다고 하면 맑은 소고기배춧국 혹은 된장 소고기배춧국이고, 아니면 얼큰하게 고춧가루를 넣기도 한다. 이것들은 '국'이라고 불뤼는 데, 여기에 무, 다시마 등을 더 넣고 푹 끓여서 '탕'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넓은 냄비에 다른 채소나 기호에 맞는 해산물 등을 넣고 자작하게 끓이면서 '전골'이라고 하기도 한다. 여기에 육수 냄비를 끓이면서 채소며 얇게 저민 고기를 살랑살랑 흔들어 익혀먹는 '샤브샤브'도 있고, 배추, 고기를 차곡차곡 쌓아 냄비 가득 채운 '밀푀유나베'도 있고 '훠궈'도 고기를 얇게 저미는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니 비슷하게 보아도 될 것 같다. 여기 어딘가에 찌개와 짬뽕도 있겠지만 넘어가자, 참, 찜, 튀김도 있다. 그리고 '선'이라고 하는 우리 음식 이름이 붙여져서 배추에 소고기를 넣고 찐 '배추선'이라는 것도 따로 있었다. 膳 선, 한자를 찾아보면 반찬, 음식, 먹다, 올리다, 조리하다 의 여러 가지 뜻으로 쓰인다고 한다. 이렇게 따져보면서 내가 만든 것도 그에 맞는 이름을 붙여주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아서 생각해보고 있다.  


 배추는 적당히 썰고, 소고기는 샤브샤브, 밀푀유와 같게 얇게 저며 놓았다. 육수는 다른 재료들 준비하는 동안에 무와 파를 끓여서 만들었다. 스테인리스 깊고 넓은 웍의 반 정도를 배추로 채웠고, 브로콜리도 몇 개 넣었다. 육수를 붓고 소금으로 간을 해서 끓이다가 한쪽에 소고기를 수제비 마냥 풀어서 넣기 시작한다. 고기를 다 넣고 거품을 걷어내며 어느 정도 끓이다가 (1인분을 덜어 둠, 참고사진) 식탁에 올려놓고 각자 국그릇에 담아서 채 친 파를 조금씩 올리며 같이 먹었다. 고기를 찍어 먹을 간장을 두었고 겉절이와 토마토, 양파 샐러드를 곁들였다.


 고기는 '푀유 feuille, 나뭇잎' 같은 형태이고 샤브샤브 같이 끓는 육수에 넣어서 익히기는 했는데, 물론 각자가 바로 건져서 먹지는 않았다, 그러면 전골이라고 해도 될 것 같은데 육수 양이 많은 편이고 끓이면서 먹은 것도 아니니 딱 맞지는 않는다. 국이라고 하기에는 메인 요리 개념인데.. 국을 높여서 탕으로 부르기도 한다니 '탕'으로 하자!       


 우리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밀푀유나베를 식당에서 먹어본 것은 아마도 십 년 전 즈음의 일인데, 조금 떨어진 동네에 새로 생긴 일본 가정식 식당에서였다.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동네를 탐험하던 우리는 처음 생긴 가게도 눈에 들어서 가보기로 했다. 그날은 주말이고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지 가족단위손님이 많았다. 조금 이른 저녁시간인데도 우리가 들어가고 몇 테이블 더 차면서 만석이 되었고, 깔끔한 분위기의 식당에 기대를 가지고 음식을 기다리는 손님들은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며 잠깐의 평화로운 시간도 보냈다. 주문을 하고 조금씩 시간이 지나고 우리는 ( 모든 테이블의 손님들은 ) 알 수 있었다. 모두가 예상된 시간 안에 음식을 맛볼 수 없으리라는 것을. 웅성거림이 커지고 있었다. 부부로 보이는 젊은 사장님 내외분은 바삐 움직였으나 사람들을 만족시킬 만한 무언가를 제공하지 못했고, 오픈형 주방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한참을 기다린 우리가 받은 밀푀유 '나베'는 매우 작고 아담한데 소고기와 배추가 차곡 쌓이고 생수가 부어져 있었고 귀엽기까지 했다. 끓이고 끓이긴 하였으나.. 다른 주문한 음식들은 또 어떻게 되었는지 뒷일은 잘 기억이 나지 않고, 그 식당은 한 두 달 후에 카페로 바뀌었다.


 재료를 다듬고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 그 특징이 잘 드러나는 명칭을 가지게 된다.


맑은배추얇은소고기탕

얇은 대신에 '푀유'처럼 잎을 강조해서 앞에서 묶어 쓸 수 있을 것 같다.

맑은잎배추소고기탕

그래서 이렇게 제목을 달아보았다.

이름은 거들뿐, 올여름의 듬직한 보양식이다.


맑은잎배추소고기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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