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1kg 한 봉지는 적당한 비율로 세워지기 쉽게 담겨있는데 손타지 않고 구김 없이 듬직하게 한 손에 잡힌 새 밀가루를 사가지고 와서 비닐봉투 여는 순간이 좋다. 공장에서, 이어지는 원단을 접어 만든 튜브를 재단하면서 압착하며 아랫단, 바닥면을 만들어 밀가루를 채우고 한번 눌러 준 다음 위쪽 양 옆 날개를 접으면서 전후면을 열압착해서 마무리한다. 눕혀있던 맞접힌 위쪽 모퉁이를 세우면 밀폐된 봉투 안에서 밀착된 움직임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가위를 들고 자르는 선을 따라 가위질을 하면 산뜻하게 입구가 열린다. 이 자르는 선을 따르는 것이 좋다. 이건 선이 없는 상태에서 잘라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몇 번 하다 보면, 아니, 살펴보면 봉투 포장이 어떻게 되었는지 이해가 가면서 알맞게 자르는 감이 생기는데 보이는 안내선이 있다는 건 꾀나 편리한 요소가 된다. 압착된 아래 부분, 접힌 날개가 시작되는 곳의 약간 아래를 수평으로 자르다가 중간이 되기 전에 수직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약간 사선으로 자른다. 뭐, 수직으로 자르는 건 상관없지만 가위질이 그렇게 쉽게 되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약간 부채꼴의 사선이 된다. 수직으로 자르는 것이 불편해서 예각으로 자르겠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사용하는 내내 뾰족한 부분이 거슬릴 것이다. 수평구간을 짧게 잡아서 잘라 올린다면 당연하게도 접힌 날개가 끝까지 잘리지 않게 때문에 열리지 않고, 화만 돋을 뿐이다. 어느 정도 수평구간이 맞아도 예각으로 잘라 올리면 이상한 모양이 덧붙여진 날개를 가질 수 있다. 이건 잘못해 본 사람만이 본, 알 수 있는 모습이다. 윗면을 다 잘랐을 때 보다 한쪽만 자르면 밀가루를 쏟을 때 반대편에서 잡아주는 힘이 있어서 안정적이게 된다. 사용하고 보관할 때는 날개를 다시 접어 넣고 반을 접어서 봉투집개로 집어놓았다. 이렇게 작은 것이지만 군더더기 없이, 무언가 불편함 없이 일이 착착 진행된다면 아주 편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