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이야기
며칠 전, 우이천을 걷다가 엄마 오리와 밤톨같이 아주 작은 새끼오리 두 마리를 보았다, 분명 다른 형제들도 있었을 텐데. 보통은 열 마리 짝수로 태어난다. 풀을 헤집고 이리저리 쉴 곳을 찾아다니는지, 수업중인지 모르겠는 어미 뒤에 꼭 붙어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애썼다. 오늘은, 그 며칠 사이에 청소년으로 성장한 오리들이 털갈이를 하며 부지런히 부리로 이끼를 뒤적이며 먹고 있었다.
우이천에는 청둥오리, 원앙, 백로 그리고 한 마리 가마우지, 몇 년에 한 번씩 흰 집오리가 등장하고, 명절 전후로 작은 새들이 바위가 드러난 맑고 얕은 물가에 모여서 목욕을 한다, 할미새들.
삐요삐요
들었어? ‘삐요삐요’ 그랬는데.
?
삐요삐요
북한산 대동문에서 수유 방면으로, 4.19 거리를 따라 흐르는 시내에 봄이면 분홍의 매화가 잎을 가득 떨구고 꽃잎은 물살에 실려 지하수로를 지나서 우이천과 만났다. 그 길을 오리 가족들이 지나다녔는데, 우이천에 천변 보행로를 연결하면서, 그 하수로에 커버를 설치했고, 꽃잎과 오리들의 행방은 알 수 없게 되었다.
천 중간에 사람 키만 한 단차 구간은 청년기 오리들이 한 단계 성숙한 기술을 연마하는 곳으로 아래로부터 물살을 가르며 힘차게 오르는 훈련을 하는데, 역시 꼭 한 마리, 여러 번 도전해도 실패하는 녀석이 있다. 엄마 오리와 다른 형제들은 잔잔한 수면에서 휴식 하고 있는 사이 해는 지고, 힘이 빠지고, 다시 미끄러지고 몇 번을 다시, 그리고
사람들은 한참을 서서 응원을 멈추지 않는다.
포기했다 싶은 찬란
녀석은 파-락 작은 날갯짓을 하면서
바닥에 올라섰다.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는 듯 다시 걷기 시작했다.
주민들이 이렇게 또 한 번 오리가족을 응원하는 때가 오는데, 장마철이다. 비가 한참 쏟아지고 그친 날, 모든 것이 쓸려가던 물살이 잠잠해지고 구름사이로 맑은 해가 난 때, 운 좋게 수면에 풀이 솟아 누운 좁은 자리에 오리가족들이 꼭 붙어서 잠을 자고 있다. 얼마나 길고 힘든 밤을 보냈는지 알 수 있다. 사람들은 모여들어서 나직이 소근거린다. 그들을 방해할 수 있는 것은 아무도 없다.
‘오리들, 똑똑하다.
범람경보라서 하천변에 사람들 못 내려가니까,
보행로에 올라와서 쉬고 있다!‘
j가 말해다,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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