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외국 식자재 마트에서 볶은 메밀을 샀다.
이걸 사게 된 데 까지 연결된 이야기의 시작은 메밀국숫집에서 먹어 본 메밀차였다. 이곳에서는 면수를 주지 않고 가게에서 판매하는 볶은 메밀 우린 물을 내주었는데 연한 노란빛 나는 초록의 메밀차가 곡물차의 구수함도 있으면서 잎차 같은 메밀향도 가지고 있는 것이 매력적이어서 한 봉지 사보았다. 사장님이 간식으로 그냥 먹어도 좋다고 하시기에 바로 봉지를 열어서 조금 집어 먹었는데 과자같이 파삭했다. 먹고 나면 사라지면서 입안에 가벼운 여운만 남겼다. 작은 병에 담아 소파 옆에 간식으로 놓아두었다. 메밀은 단백질 함량이 놓고 글루텐이 없다고 한다.
그러다가 가끔 가는 마트에서 보았던 볶은 메밀이 (원산지는 중국산이었음) 생김은 다르지만 같은 방식으로, 차로 간식으로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사 본 것이다. 집으로 와서 한 숟가락 털어 넣고 우물거린다. 음, 파삭하지 않고 약간 쫀쫀하면서 단단하다. 처음에는 잘 부서지지도 않다가 씹다 보면 어느 순간 사르르 녹는다. 산뜩한 메밀향이 감도는데 전에 샀던 국내산과는 다른 맛이다. 이건 조금 다르네. 봉지 뒤에 적힌 요리법을 보니 러시아어로 적혀있지만, 기본은 냄비에 넣고 20분간(숫자로 써짐) 끓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간단한데!’
제대로 레시피를 따라가려고 한다.
이건 러시아 요리법이다.
그레치카 러시아 : гречка
물 두 컵을 끓이고 소금을 약간 넣기
메밀 한 컵 넣기 (물은 메밀의 두 배)
불을 줄이고 뚜껑을 덮고
20분간 끓이기
좋은 하루 보내기
죽이라고 해서 약간 걸쭉한 모습을 생각하며 20분 기다렸다가 뚜껑을 열면 깜짝 놀라고 만다. 포슬포슬하게 불려서 익혀진 메밀이 솥에 가득 차있다. 죽이라고 분명히 번역되었는데, ‘죽’의 범위가 우리와 다른 것 같다. 죽이라기보다는 밥에 가깝다. 3인분 생각해서 메밀 300g을 담고 물 600ml를 넣었는데 900cm³의 메밀죽을 얻었다. 차게 해서 올리브오일을 뿌려 샐러드처럼 먹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 그릇 떠서 오이피클과 먹어보았는데 약간 오트밀 먹는 것과 비슷한데 쌉싸름한 메밀 맛이 있으니까 먹기 좋고 깔끔하다. 건강한 요리라는 것을 알겠다.
보통은 버터를 한 조각 올려서 먹거나 버터에 볶아서 끓이기도 한다. 소시지나 고기를 넣고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다. 오랜만에 비슷하면서도 다른, 다른 지역 음식을 만들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