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분
둥근 호박 한 개, 대파 2줄기, 멸치 한 주먹,
밀가루 약 350g, 소금, 물, 개략적인 계량
멸치를 볶아서 파뿌리 두 줄기를 넣고 육수를 냅니다. 그 사이 밀가루를 호떡 반죽같이 묽게 해서 냉장고에 넣어둡니다. 호박을 채 썰어둡니다. 남은 파도 채 썰어둡니다. 멸치가 충분히 우러나면 파뿌리와 함께 건지고 호박을 넣습니다. 육수가 다시 끓기 시작하면 손끝에 물을 묻혀가면서 묽은 수제비 반죽을 늘어트리며 떼어냅니다. 남은 파채를 넣고 충분히 끓여서 담습니다.
관찰 기록
1
여름철음식으로 더위를 이기는 방법 중 하나는 차가운 음식을 먹는 것이다, 허나 습도까지 높다 하면 예로부터 우리 조상님들은 뜨거운 음식을 먹었으니. 에어컨 제습의 방법은 온도를 낮춰 일종의 결정 수를 만들어서 습도를 낮추는 것이고, 밖과 안의 그 온도 차이로 결로수가 생기기도 한다. 다른 방법은 온도를 높여서 물기를 날려 건조하게 만드는 것으로 더운 날 온도를 높인다는 것이 문제지만 뽀송뽀송해지는 장점이 있다. 바람을 잘 통하게 한 온돌 바닥에 단을 높인 평상을 깔고 부채를 펼쳐 습도를 날리는, 그러니까 지금 하려는 말은 오늘의 습도에 맞는 메뉴를 정했다는 것이다.
2
이 수제비는 어제에 이어 두 번째 만든 것으로 담백하면서 술술 넘어가는 뜨끈한 채소 수프 한 그릇이 깔끔하고 뽀송뽀송한 기운을 주는 것이 좋았기 때문이다. 잘게 썰어서 풀어진 여름, 둥근 호박과 신선한 맛을 담당한 파가 무척 잘 어울린다. 멸치 육수를 내서 썼는데 멸치를 많이 넣어서 멸치 맛이 두드러지는 것보다는 적당하게 받쳐주듯이 감칠맛을 주고 채소 맛들이 살려지게 하는 게 훨씬 시원한 맛을 주었다. 파뿌리 육수도 냈지만 생 파의 맛이 살아있도록 마지막에 채 썬 파를 듬뿍 넣어서 살짝 신선한 향을 준다.
3
이걸 일요일 점심에 또 해서 먹은 건 맛도 맛이지만 생각보다 간단하게 준비할 수 있었기 때문인데 밀가루 반죽을 미리 준비해 놓지 않고 육수 내는 사이에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보다 묽게 호떡 반죽같이 만들어서 손에 물을 묻혀가며 떼어 냈더니 힘도 덜 들어가고 금방 익혀졌고 반죽에 수분이 많으니 육수 물 양 조절도 쉬웠다. 반죽에 흡수되는 물 양이 적으니까 그릇에 담았을 때 양을 생각하면서 물을 조절하면 된다. 밀가루 반죽하기의 주안점은 처음 밀가루에 물을 넣을 때, 양이 잘 맞춰지는 게 하는 것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크게 차이가 없다면, 어느 정도 해 볼 만하면, 물을 더하거나 밀가루를 더해서 약간 누더기 같은 상태를 만들어서 힘들이기보다는 한번 만들어진 모습을 존중하면서 다루는 것이 낫다. 다른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밀가루와 물 계량이 중요한 것 같지만 이 정도 변수는 가뿐하게 우리가 수용가능 한 범위이다.
4
여름에 자유롭게 자란 둥근 호박은, 둥글둥글한 형태답게 속도 없이 야무지지 않으므로 이렇게 채 썰어서 요리하면 금방 풀어진다. 걸쭉한 그 속을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