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참 덥습니다.
이 열기 안에서 작은 즐거움들은 집, 에어컨 바람 아래서 말랑한 복숭아를 가득 베어 물거나 찐 감자를 설탕에 찍어 먹을 때 오곤 합니다. 특별하게 맛을 주려고 하지 않아도 조리하지 않아도, 땡 볕에 익은 것들이 주는 여유를 즐기면서, 많은 것들이 느슨해지는 여름방학 감성에 맞춰 저녁 먹는 시간도 늦추고, 식사 준비를 간단하게 하려고 합니다. 밥하고 간단한 전 하나는 만들어서 올리고 (감자, 양파, 청양고추를 번갈아가면서), 나머지는 냉장고에서 하나씩 꺼내봅니다. 며칠 전에 만들어 놓은 장조림, 고추멸치볶음, 그리고 산 열무물김치, 고추장과 청양고추, 차가운 보리차. 이 정도가 차려지는데 김치와 찬 들이니까 은근하게 간 되고 요리조리된 것들이 많습니다. 여기에 지금 더할 것은 강렬한 햇빛을 가득 머금은 초록의 맛, 그중 순순한 샐러드 보다, 숙성되고 발효된 반찬들의 맛들을 받쳐줄 만한 힘이 있는 것은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바로 아오리 사과! 사과 하나를 잘 씻어서 껍질 째 잘라 식탁에 같이 놓습니다. 그렇게 중간중간 집어 먹으면 풋풋하면서 서걱거리는 사과의 은은한 단 맛이 더해집니다, 식감도 그렇고 반찬으로의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다른 반찬들과도 잘 어울립니다.
여름 과일, 곁들여 먹는 얘기를 길게 적어봤습니다.
아오리 사과, 복숭아 반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