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마 한 조각 넣어서 밥을 하고 촛물을 넣고 잘 섞었습니다. 밥이 조금 식은 후에 마른 팬이 볶은 잔멸치도 플레이크와 같이 섞어서 속 재료를 만들었습니다. 조려진 유부를 조심스레 갈라서 주머니를 만들고 납작한 나무주걱으로 적정분량 밥을 떠, 넣고 면을 판판하게 누르면서 쓸어내듯 주걱을 움직였습니다. 오늘의 중점사항은 이 크지 않은 통에 얼마나 알차게 유부초밥을 담는가입니다, 양이 중요합니다. 사각 유부초밥도 나와있지만 아직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클래식하게 삼각으로 가겠습니다. 일단 열린 면이 위로 가도록 통의 한쪽 구석을 채우고, 뒤집어서 밥의 면이 맞닿도록 한 줄을 얹습니다. 보기에 나쁘지 않습니다. 남은 틈은 억지로 초밥 한 개 정도를 끼워 넣을 수 있겠으나 답답해 보일 수 있으므로 피하고, 알맞은 크기의 포도가 있어서 몇 알 담아주었습니다. 통은 가볍고 적당히 높이가 있는 것으로 골라두었습니다.
이제, 도시락을 주머니에 넣어주면 완성입니다. 이 주머니는 십여 년 전에 문구점에서 자투리천을 구입해 그, 크기대로 종이봉투 형태로 박음질만 해서 만들어 둔 것입니다. 내용물을 넣고 둘둘 말아주거나 적당히 접어서, 다양한 것을 담을 수 있는 용기입니다. 이걸 만들 때만 해도 한번 시험 삼아해 보고 다른 것을 또 만들자 생각했지만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고, 오랜 시간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다른 건 특별하게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이 주머니를 볼 때마다 한번 할 때 확실하게 잘하자를 다짐하곤 합니다. 한번 만들고 길들여진 물건을 다시 만들 기회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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