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채전
고구마 여러 개 채침
밀가루, 소금, 물 약간, 간장
올리브오일
고구마를 얇게 썰어서 채 칩니다. 소금 넣고 밀가루 반죽을 만들어서 용기에 채우고 젓가락으로 살살 흩트리며 반죽을 골고루 입힙니다. 반죽은 평소보다 조금 되직하게 했습니다. (저는 원래 묽게 하는 편이라 이 정도면 보통 일 것 같습니다.) 고구마는 감자와 다르게 부드럽게 익으면 잘 부서지니까, 반죽 없이 얇게 스틱을 만들 것이 아니라면 밀가루가 조금 더 들어간 게 나은 것 같습니다. 기름이 뜨거워지면 고구마가 겹쳐지지 않도록 신경 쓰면서 반죽을 펼칩니다. 윗 면의 반죽이 마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한 번 뒤집습니다. 겉이 바삭하고 갈색으로 변했다면 성공, 다시 기다렸다가 한 번 더 뒤집어서 굽고 담았습니다.
채 썰어 전 부치기는 감자만의 영역이 아니고 우리는 예로부터 고구마와 각종 채소튀김을 만들어왔으며, 이건 낮의 더위가 여전히 성가시지만 달달함이 필요하게 된 가을, 저녁식사에 어울리는 '전' 되겠습니다, 간장에 콕! 고소한 단짠 조합입니다. 끝 가장자리는 반죽이 탈락되면서 휴게소 고구마 스틱 같이 단단하게 튀겨지고 가운데로 갈수록 부드럽고 달콤해집니다.
그런데,
가끔 고구마 몇 개를 사다가 밥이나 전을 해 먹는 평화롭던 부엌에 고구마 한 상자를 선물 받는 큰일이 벌어졌습니다. 저번달의 감자 한 상자는 집에 감자가 이렇게 많냐는 얘기가 나오기는 했어도 감자니까 전, 튀김, 카레, 국, 찌개까지 다양하게 활용을 할 수 있었는데, 고구마는 사정이 조금 다릅니다. 같은 구황작물이지만 줄기에서 나오는 감자와 뿌리에서 나오는 고구마의 차이처럼 고구마의 달달함은 밥보다는 디저트로의 경계에 있으니까요. 일단 감자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기로 합니다. 얇게 편으로 썰어서 마른 프라이팬에 굽기도 하고 전은 했으니까 큼직하게 썬 감자튀김대신 고구마튀김을 해보기로 합니다.
그런데, 쫄 고구마입니다.
이런 말은 처음입니다, 이렇게 잔 고구마를 부르는 말이 따로 있었다니. '쫄'이라는 말이 갑자기 무척 신경 쓰입니다. '쫄병' 졸병에서 온 것은 아닐 것 같은데 ‘쫄복’도 생각나긴 합니다만, 모르는 일입니다, '쫄' 우리말 샘에서 '몽땅'을 구어적으로 이르는 말, 이라는 부분이 있는데 짜투리들을 몽땅 넣은 것 같기도 하고, 짧은 것을 뜻하는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고구마의 크기가 분류된 표의 제일 끝 구석에 적혀있습니다, 쫄. 거기에 호풍미, 소담미라는 이름도 낯섭니다. 신품종이라고 하는데 껍질이 붉고 매끈한 것이 특징입니다. 겉보기에 보통 아는 고구마와 미묘하게 다른 것이 느껴집니다. 호박 고구마 계열이고 재해에 강하다고 합니다. 농촌진흥청 바이오작물 연구소 출신이라고 합니다. 갑자기 고구마 원예 전문영역으로 빨려 들어간 것 같습니다.
쫄 고구마 양쪽 끝을 조금씩 다듬고 반을 갈라서 겉 물기를 제거하고 기름을 충분히 채우고 튀겼습니다. 고구마는 금방 익는 것이 특징이고 뜨거운 기름에 직접 튀기는 것은 그 속도를 더 줄여줍니다. 겉은 수분이 날아가서 쫀득하고 속은 부드러운 고구마튀김입니다. 이걸 만들다 보면 설탕물을 입혀 맛탕을 만들어야 완성될 것 같지만 그대로도 맛이 좋고 꿀을 살짝 찍어먹어도 좋습니다. 간단하게 금방 만들어서 차게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간식입니다.
다음 단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