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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들의 (사랑에 대한) 영화

by 고양이삼거리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프렌치 75 멤버, 혁명가 밥은 학교 댄스파티에 가는 딸, 윌라에게 잊지 말고 추적장치를 가져가라고 하지만, 거부하는 윌라와 마주한다. 결국은 윌라가 잘 차려입은 파티복에 어색하게 작은 가방을 두르고 그 안에, 시간이 흐른 지금, 누가 봐도 옛날 물건 같이 이상하고 큼직한 추적기(뭐라고 불렀는지 생각이 잘 안 나네요)라고 하는 것을 넣고 집을 나선다. 내가 보기에는 이 부분이 영화 통틀어 가장 긴장감 넘치는 장면이다. 아, 모두들 겪어봄직한 일상에서의 치열한 순간, 밥은 아빠니까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


그렇게 댄스파티에 간 윌라가 화장실에서 그녀를 구하러 온 낯선 조직원을 만나는 장면, 암호를 말하고 서로를 확인하는데, 윌라는 말한다. '아빠가 믿으랬어요.' 이건 16살 그녀에게 세상 믿음직한 간단한 기준이다. 그의 아빠, (전) 폭탄 전문가 밥은 체크무늬 목욕가운을 아빠 전용 유니폼처럼 걸치고 거추장스럽게 펄럭이며 딸을 찾아다닌다, 그렇지만 그건 포근하다.


조직원들에게 보호되고 있는 딸의 위치를 알기 위해 공중전화에서 오래된 연락처로 전화를 하는데, 그들은 서로를 확인하기 위해 여전히 클래식한 방식으로, 암호 주고받기를 시전 한다. 마지막 질문 '몇시인가요?' 밥은 16년 전 읽고 태워 버린 조직활동 수첩의 암호가 기억이 나지 않고, 상황을 전달하며 나는 이러저러 한 사람이고, 지금 내 딸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우리의 융통성 없는 전화담당 조직원은 시간을 알게 되면 다시 연락하라는 친절한 멘트와 함께 사라지고 밥은 아무런 것도 얻지 못한다. '거기서'는 어디란 말인가.


조직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그때에, 밥을 도운 건 동네 이웃 윌라의 가라데 센세다. 절대 꼭 필요한 현실적인 도움을 준다, 그것도 제대로. 급하게 도장에 들어서서 나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도장 구석을 살펴 무기를 찾던 밥이 '쌍절곤 밖에 없잖아'하고 흥분해서 허둥지둥하는 하는 것을 달래, 호흡을 가라앉히고 자기가 돕겠다고 하는데, 그 와중에 센세는 전화를 받으며 자기 할 일을 하고, 도장의 규칙 지키는 것도 잊지 않고 밥이 편하게 쉬면서 핸드폰 충전할 곳, 나의 아늑한 거실을 내어주고, 현금도 챙겨 피할 곳을 마련해 준다. 경찰서에서 빼내주기도 하고 차를 달려 딸을 찾을 수 있도록 같이 움직이고 적절한 순간에, 머뭇거리는 그를 밖으로 밀어낸다, 용기를 주는 말도 잊지 않았다. 톰 크루즈처럼!


이 영화에서는 힘 있고 단단해 보이던 것들이 허무하게 무너지거나, 얼렁뚱땅 스쳐가는 장면이 자주 연출된다. 무기까지 갖춰진 안전한 피난처였던 용감한 수녀원은 조용하게 제압당하고 중간 과정은 의도적으로 보여지지 않는다.


여기 나오는 또 다른 아빠 록조도 인상적이다. 아이러니하게 '아이앰샘'에서 아빠를 열연한 숀 팬이 정 반대에 있는 아빠를 연기했다는 것도 재미있는 점. 나의 불순한 증거인 딸을 죽이려는 그 와중에도 댄스파티에 가는데 화장을 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자기 나름의 아빠 노릇을 한다.


폴 앤더슨 감독은 배우들과 함께하는 장난스러운 인터뷰 도중 시나리오를 얼마나 준비했냐는 질문에 20년이라고 답했다. 겹겹이 이뤄진 장소의 이야기들을 유유히 흘러가는 사람들이 가진 내밀한 순간의 이야기. 영화 '마스터'에서는 조심스레 다뤄진 반면 이 영화에서는 코미디같이 우스꽝스럽게 드러나기도 한다. 다양한 층위의 구성에서 오늘 내가 주목한 건,


이건 그야말로 '전쟁 같은 사랑'


공교롭게도 나는 영화를 보기 전에, ‘우리들의 발라드’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재방송을 보았는데, r의 또래 친구들 노래에 흠뻑 빠져들어서 몇 곡을 더 찾아서 들었고, 그러던 중 이예지 양이 부른 임재범의 '너를 위해'를 파트를 보게 되었다. 제주에서 바다와 운전하는 아빠를 바라보며 학교 가던 작은 소녀가 이만 큼 자라 무대에 서서 덤덤하고 힘 있는 감성으로 자기를 보여주는 노래를 부른다, 어쩌면 첫 소절부터 사람들은 이 노래에 나름의 방식으로 빠져들었는지 모르겠다. '어쩜 우린 복잡한 인연에 서로 엉켜있는 사람인가 봐' 아빠와 딸아이의 서사가 시작되는 장면은 배우 차태현의 감정으로 영화 속 장면처럼 들어왔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그 복잡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간직하고 있는, 심사하러 온 다른 아빠들의 훌쩍거리는 장면도 잠시 스친다.


어쩔 수가 없다!


또 다른 아빠, 가장으로서 책임감을 안고 있는 관수의 모습이 그려진다. 내 집과 가족을 지켜야 한다.


그런데 이건 어쩌면 생각보다 더 종이에 관한 영화. 아날로그 한 감성이지만 우리 모르게 산업 깊은 곳에서 가장 먼저 변화를 맞이하고 ai로 달려가고 있는 것. 관수의 면접 장면, 건축가 시게루반의 시그니처 종이지관을 이용한 관수가 앉은 의자와 뒤편 인테리어가 살짝 스쳐가고, (관수를 바로 보여주지 않고 먼저 등장한다.) 영화의 마지막은 무인 스마트 공장과 벌목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고층 건물의 창 밖, 물결치며 반짝이는 커튼월과 실 내 관수가 앉은 편 종이지관으로 만든 공간의 대비, 어쩌면 첫 장면부터 종이는 관수를 선택했고 그들은 성공했다. 관수의 캐릭터는 이미 포카혼타스를 지키는 존 스미스다. 그들은 나무와 종이를 사랑하고, 오래된 것을 지키는 강한 책임감 있는 인물을 원했다. 첫 번째 후보의 숲 속 집은 장인어른 소유라 팔 수가 없고, 그의 부인은 책임감 없는 그의 태도를 탓한다. 두 번째 후보는 일단, 바닷가에 살 가능성이 크다. 모든 주요 인물들이 숲에 면해 살고 있는데 이건 크게 잘못된 것이다. 그리고 그가 팔고 있는 것은 가죽으로 만든 신발, 이도 아니면 딸아이에게 용돈 주는 장면에서 그의 지폐를 다루는 손길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걸까? 이 부분 어딘가가 종이의 심기를 건드렸을 수 있다. 그는 기계 다루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지 종이 자체에 사랑을 가진 이는 아닐 수 있다. 해가 진 밤까지 일을 하는 것도 문제였을까, 게다가 달이 보이지 않는 비 오는 밤. 그의 이야기는 자세히 나오지 않고, 관수와 공감이 이뤄지는 장면이 생기지 않는다. 그는 관수에 의해 분재처럼 다듬어지고, 그들의 새 출발을 기념하는 나무 아래 스마트폰과 함께 묻힌다. 마지막 제거 대상 현 직원, 집은 숲에 면해있으나 집 때문에 가족과 헤어지게 된 일로, 약간의 원망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미 애정 없는 어리숙한 인터뷰로 나무에게 찍힌 지 오래다. 관수 만이 어릴 적 그 집을 꼭 지키기 위해 모든 일을 벌인다. 그의 집은 신 전원주택 단지와 만나는 작은 숲 가장자리에 혼자 앉아있다.


우리가 사랑하는 아날로그 대명사 종이가 첨단 AI로봇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는 아이러니, 탄소-친환경에서 이미 소외된, 인간이 빠진 아이러니.


두 영화에서 주인공의 다음 세대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이 어떻게 등장하는지 살펴보자. 윌라는 아빠의 보호 아래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으면 안 되지만, 몰래 가지고 있다가 친구의 전화에 위치가 추적되는 도구로 쓰이는데, 마지막 장면에서는 윌라가 밥에게 스마트폰 카메라사용법을 알려준다, 여전하게 무전을 받지만. 관수의 집을 사러 온 친구는 스마트폰 판매 대리점을 하고 있고, 관수의 아들이 그것을 훔치고 관수는 그것들을 나무아래 묻는다.


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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