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양이삼거리 Dec 26. 2020

부엌

가까이 혹은 멀리

 얼마 전 이사한 동생의 집에 구경 갔다가, 뜬금없이 두 시간 동안 이케아 가구 조립에 참여했다. 다녀와서 내가 생각해본 다른 배치를 스케치해서 전해주었지만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혼자만의 공간을 가지는 시간은 소중한 것이다. 즐겁게 지내길 바란다.

 우리는 이 작은 집에 꾀 오랜 기간 살고 있다. 생활 패턴도 조금씩 바뀌고 아이는 자란다. 몇 번 크게 배치를 바꾸었고, 최근에도 책상과 소파 위치를 바꾸었다. 집은 변화한다. 작은 집에 옹기종기 모인 주변의 것들을 대하다 보면, 가까이 있는 것들을 자주 들여다보면 알게 된다. 편안하게 느끼는 것, 그렇지 않은 것.


 나의 정리 방식


1. 좋아하는 것을 가까이 둔다.

   잘 보이는 곳, 필요한 곳, 안전한 곳

2. 자주, 충분히 쓴다. 아끼지 않는다.

    다 써서 없어지기도 하고 닳기도 하고, 친해진다.

3. 그렇지 않은 것은,

   계절별 대정리 기간에 자연스럽게 버려진다.

4. 그리고 진짜 필요한 것, 마음에 드는 것만 산다.

    그래도 혹시 사 왔는데 이상하면 아깝다 생각하지 말고 즉각 처리한다. 공간을 차지하게 두지 않는다. 익숙해지지 않도록 경계한다.

5. 있는 것들의 3단계 위치 지정

    - 자주 쓰는 것 : 필요한 곳, 눈에 잘 띄는 곳

       집에서도 백팩, 가방 활용

       ( 매일 쓰는 소소한 것들의 위치)

    -  보관 : 종이상자에 넣어 구석 틈틈이 쌓아둠.

       종이박스, 예쁜 상자 대형마트 구할 수 있음.

    - 중간 : 플라스틱 혹은 라탄 박스 신발 상자


 여기서 공간의 기능을 모아 집중해서 쓴다. 우리는 부엌 바로 옆 베란다가 있는 작은 방을 매우 밀도 있게 쓰고 있다. 문은 항상 열려있다. 식탁과 면한 벽면 반대쪽에, 그 방 안에 냉장고가 있다. 냉장고 주변으로 옷걸이와 빼곡하게 쓰지 않는 물건들이 들어있는 상자들이 있고 수납 위 작은 화장품 등을 놓는 곳이 있다. 그 맞은편으로 옷장과 수납장이 하나 있고 세탁물 통과 건조대, 베란다에 세탁기가 연결되어 있다. 그 방은 옷방이자, 창고, 세탁실, 부엌이다. 방 안에 통로만 있는 셈이다. 반대편 복도에서 보면 열린 문으로 벽만 보이게 된다. 동선만 있고 시선이 트여있게 배치되어 있다. 계절마다 바뀌는 옷을 정리해서 교체하는 상자들이 있다. 여행가방, 물놀이 용품, 운동복, 선풍기 등으로 구분되는 것들이 제자리에 위치해있다. 이 작은 방 하나를 빈틈없이 쓰고, 나머지 공간을 비웠다. 그래서 작지만 번잡함 없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곳으로 만들었다.


작은집 생활동선

01 냉장고

02 식탁

03 팬트리+도마

04 세탁물 바구니

05 세탁기

06 건조대

07 옷장 및 서랍장

08 물건 상자들(보관, 계절별)

09 옷걸이

10 수납 및 화장품, 수건 등


 이 공간 안에서의 움직임이 우리 집 생활패턴으로 들어온다. 옷장 문을 열어 옷 방으로 만 든 후 옷을 갈아입고, 세탁물은 바로 바구니에 넣는다. 세탁기로 가져가 세탁을 하고 건조하고, 정리하는 것이 한 곳에서 일어난다. 옷장과 서랍장이 작아서 계절마다 보관상자에서 꺼내 새로 정리한다. 그 과정에서 필요 없어진 것은 정리하고 살핀다. 제자리가 있다. 다른 공간들에서는 온전히 휴식과 각자의 할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만들어진다.


 새로움이 필요한 때인 것 같아서, 정리해보았다.

 몇 가지는 버려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양배추 요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