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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배 글쓰기 60일째] 글쓰기도 훈련이 필요하다

루틴의 힘

육상 선수라면 “난 어제 뛰었어.

그러니 오늘은 워밍업을 할 필요가 없어”

라고 말하지 않는 법이다.

- 나탈리 골드버그


어제 하루 종일 우울하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초저녁에 잠깐만 잔다는 것이 4시간을 자버렸다. 아예 더 자고 아침에 일어나고 싶었으나 첫잠에서 깨고 나면 더 잘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뉴스를 보고 SNS를 들여다보고 한껏 게으름을 피우다 일어나 서재로 왔다.


에스프레소 한 잔으로 아침을 깨운다!


아침 루틴은 나중에 하고 일단 밀린 일을 하려고 커피를 내려 책상 앞에 앉으니 자동적으로 향을 피우고 모닝페이지에 손이 간다.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세 페이지 쓰고 나니 그래 언제 내가 시간에 구애받았나 싶다. 침실을 청소하고 108배를 하고 다시 책상 앞에 앉은 시간이 새벽 4시다.


루틴의 힘이란 이런 것이구나 새삼 느낀다.


피겨 여왕 김연아는 항상 경기장을 반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돌고 뒤로 서서 S자를 그리며 활주하는 것으로 몸을 푼다. 메이저리거 류현진은 경기 전에 고온 사우나를 30분 이상 즐긴다. 매일 몸을 풀고 스트레칭을 하는 운동선수처럼 글쓰기도 훈련이 필요하다. 많이 쓰면 쓸수록 고쳐 쓰면 고쳐 쓸수록 글은 좋아진다. 빅토르 위고는 매일 차가운 얼음물로 샤워하고 이발을 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하루에 500 단어씩 꼬박꼬박 썼다. 술을 마시는 것은 글을 쓴 다음이었다.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습관, 루틴의 힘은 하기 싫을 때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거의 집에서 일하고 스케줄을 스스로 조정하며 마감이 정해져 있지 않은 나의 작업에서 루틴은 매우 중요하다. 하루쯤 그냥 넘어갈까 하다가도 몸을 일으켜 하루를 시작하게 한다. 바로 오늘처럼.


어느새 몸에 익으니 관성처럼 자동적으로 루틴을 실행한다. 불안하고 집중이 안 될 때도 책상 앞에 앉아는 있게 한다. 어쨌든 글은 엉덩이로 쓰는 것이고 글쓰기도 워밍업과 훈련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훈련은 집중이 필요한 때, 예를 들어 마감이 임박했을 때 힘을 제대로 발휘한다.


108배도 했으니 오늘은 일찍 하루를 시작하자!

집중하면 어제 하지 못한 일까지 오늘 다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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