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자리 기간
본보기를 따라 사는 사람은 그 본보기의 삶을 사는 것이다.
당신이 당신의 삶을 살지 않는다면 누가 당신의 삶을 살겠는가?
그러니 당신 자신의 삶을 살도록 하라.
- 칼 융의 <레드북> 중에서
“정말 매일 하는 거야?”
“어떻게 그렇게 계속할 수가 있어?”
“무릎은 괜찮아?”
태양과 달 별자리가 모두 천칭자리다.
세상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한다.
동쪽별자리가 쌍둥이자리다.
호기심을 반짝이며 세상의 얕고 넓은 지식을 추구한다.
그런 내가 20년 넘게 방송작가를 하고
12년 동안 별자리를 공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매일 108배를 하고 108배 일기를 쓴다.
친구들이 지인들이 묻는다. 도대체 네가 어떻게?
‘존버’ 정신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우선 어감이 싫었고(어쨌든 ‘좆’은 욕으로 쓰이니까)
나와 상관없는 말(인내력 제로)이라 생각했다.
요즘 아, ‘존버’가 최고구나 느낀다.
오늘 일 때문에 열흘만에 외출했다.
자가운전을 선호하지만
어젯밤을 꼬박 새웠기 때문에 잠깐 고민하다가
차를 두고 택시를 탔다.
합정역 5번 출구. 유재석의 노래 이전에
15년 전인가 내가 살던 동네고
10년 전쯤 그 골목에 사무실을 다녔고
7년(?) 동안은 1년에 한두 번 친구들을 만나는 약속 장소라 자주 간다.
오늘 미팅이 끝나고 차 한 잔 마시기 위해
합정역 5번 출구에서 이어지는 골목에 들어섰다가
탄성을 질렀다.
벚꽃이 만개하고 오랜만에 사람 북적이는 골목을 봤다.
생각해보니 10여 년 전에는 벚꽃나무가 하도 애처롭고 가냘파
유행 따라 이런 걸 이렇게 심어야 하나 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그게 또 이렇게 예뻐지는구나.
하긴 집 앞 중랑천, 벚꽃을 유행 따라 심는다 싶더니
최근 몇 년 제법 울창해져 나고 구경을 나간다.
지난주에는 관광버스가 5대나 오는 바람에
며칠 전부터 출입금지 테이프가 붙고
사람들이 지키고 있다.
벚꽃 산책로가 좁아 사람들이 교행 할 때 손이 부딪칠 정도로 좁다.
그래서 꽃은 더 아름답게 보여도
코로나 19 사태를 즈음하여 위험한 것이다.
그 시작이 어떠하더라도
처음에 욕을 먹더라도
존버 정신으로 버티면 어느 순간 드라마틱하게 변해
자기만의 세계를 창조하게 되는구나, 생각했다.
처음 108배를 시작할 때
그리고 108배를 108일 동안 하며
그에 대한 108개의 글을 써보기로 시작했을 때
과연 내가 계속할 수 있을까?
나조차 나를 믿지 못해, 일종의 도전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 두 달이 지나고 보니
하루라도 빠지면 허전하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안 한 느낌이랄까?
종종 있는 일이고 특별할 것 없지만 당연히 해야 하는 걸
안하면 어떻게든 그 결과가 내게 돌아온다.
어제 새벽 1시에 일어나
워밍업으로 108배와 글쓰기를 하고
마감 글을 쓰기 시작해 낮 12시까지 일했다.
점심 먹고 1시 반부터 5시 반까지 낮잠 후
다시 글쓰기 시작해 저녁 시간 잠깐을 빼고
아침 8시 반까지 글을 썼다.
미팅을 가서 5시간을 떠들고 점심 먹고
집에 돌아오니 오후 4시 반.
손만 겨우 씻고 누워 잤다.
배가 고파 일어나 밥을 먹고 108배를 한다.
배가 부른 상태로 108배를 하면 신물이 넘어와 싫으니까
하루 안하고 넘길까 했더니
밥 먹고 양치를 안 한 느낌이다.
문득, 108일은 물론
108일이 지나고도 나는 계속 108배를 하고
글을 쓰겠구나, 알겠다.
그것이 무엇이든
어떤 상황 누구의 반대에도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계속할 수 있는 ‘존버’의 정신은 진정 위대하다!
한 가지 일을 오래 못하는 내가 20년 넘게 방송을 할 수 있는 것은
내 나름의 방식을 구축해 왔기 때문이다.
12년 동안 별자리 공부를 계속할 수 있는 것은
아직도 모르는 게 많고 내 삶에서 확인하는게 있으니
계속해서 새롭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68일 동안 108배 글쓰기를 계속할 수 있는 것은
일상 속 반짝이는 원더(wonder)를 발견하라던 별자리 쌤의
충고를 이제야 몸으로 느끼고 실천한 덕분이다.
무엇보다 지금 나의 프로그래스 차트가
황소자리가 12번째 하우스를 지나고 있으니
영적으로 충만한 명상의 시간에 안정감을 느끼는 덕분이다.
그래서 오늘도 부른 배와
피곤해 예민해진 신경을 부여잡고
한 배 한 배 108배를 한다!
위대한 존버 정신, 황소자리 야구선수 요기 베라의 명언,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열심히 하자.
뭐, 하다 중간에 멈추면
위대한 백의종군의 정신으로 한국이 가장 사랑하는 위인,
황소자리 이순신의 백의종군을 떠올리며
맨바닥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
나만의 방식으로 나만의 삶을 살아내는 데는
존버의 힘이 답이다.
*칼 융도 사자자리에 황소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