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달 동안 4.5킬로그램 감량
“여기서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 말씀해 주실래요?”
“그건 어딜 가고 싶은지에 달려 있지.” 고양이가 말했어요.
“어디든 별로 상관없는데...” 앨리스가 말했어요.
“그럼 어느 길로 가든 상관없지.” 고양이가 말했어요.
“어딘가에 도착하기만 한다면...” 앨리스가 말했어요.
“아, 넌 어딘가에 도착하게 되어 있어.” 고양이가 말했어요.
“도착할 때까지 걸어가면 말이야.”
- 루이스 캐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내 몸무게는 고무줄이다. 아침과 저녁이 최소 1킬로그램 차이가 나고, 과식을 하거나 술을 마시면 2킬로그램까지도 늘어난다. 여름과 겨울엔 평균 2킬로그램 차이가 나는데 여름엔 빠지고 겨울엔 찐다. 그러다 어느 해부터인가 여름이 되어도 빠지지 않아 점점 몸무게가 늘었다. 작년 여름에 다이어트가 잠깐 성공해서 예전에 딱 좋은 몸무게를 회복하려는가 싶더니 지난겨울 내 인생 최고 몸무게를 경신했다. 작년 여름 다이어트했을 때보다 4.5킬로그램이 늘었고 오늘 재보니 정확하게 작년 여름 몸무게가 되었다.
사고 이후 디스크 판정을 받고 만성통증에 시달리면서 의사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평생 살찌면 안 된다”
친구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이제 늙어서야”이다.
다이어트는 언제나 내일부터다. 게다가 나는 내가 다이어트를 시작한다는 기미가 보이면 귀신 같이 알고 고기와 삼계탕, 내가 좋아하는 반찬으로 유혹하는 엄마와 좀만 얼굴에 살이 내리면 “얼굴 못 쓰겠다” 잔소리하는 아빠와 같이 산다. 면역력이 떨어지고 몸 컨디션이 안 좋으면 고기부터 당기고 좀만 체중이 줄면 등과 옆구리 등등에 곰팡이=어루러기가 창궐한다. 내 다이어트의 최고의 적은 1번 고기와 술 2번 엄마 3번 아빠 4번 곰팡이(어루러기)다.
108배를 시작한 지 3달이 넘었고, 108배 일기를 쓴 지는 이제 74일째다. 처음부터 얼마나 할지 알 수 없어 목표 체중 따위 없었지만 이제 목표가 생겼는데 앞으로 2.5킬로그램만 더 빼려고 한다. 곰팡이=어루러기가 사라진 것은 3-4주 되었다. 곰팡이 없이 만성통증으로 병원 좀 그만다닐 정도만 좋아지면 좋겠다.
그러나 이때가 바로 긴장을 늦추어서는 안 되는 시기다. 좀만 게으름을 피우면 바로 요요가 시작돼 이전보다 더 급격히 체중이 붇고 곰팡이가 창궐하고 만성통증이 심해질 것이다. 40대 여자의 육감이다.
일주일에 한 번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고 추나요법을 받는다. 오랜 세월 경락과 마사지를 받아봤고, 추나도 대학병원을 비롯해 한의원 3-4군데에서 받아봤다. 최근에 안착한 한의원은 처음에 뭐 이렇게 대충 하는 거야, 싶었다. '설렁설렁~ 툭툭~' 하는 게 기분이 나쁠 정도였다. 그런데 신기하게 그다음 날 몸이 확실히 가벼워진 게 느껴졌다. 그래서 열심히 다니려 하는데 일주일에 한 번 병원 진료가 말이 쉽지 자꾸 빠지게 된다.
요즘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외출해 볼 일을 몰아서 보고 오는 게 편하다. 그러다 시간을 놓쳐 한의원을 빼먹게 될 때가 있다. 그러면 꼭 몸이 뻣뻣하게 굳고 심할 때는 목을 잘 가누지 못하기도 했었다. 이번에도 2주 정도 못 갔다가 어제 간신히 시간 맞추어 병원에 갔다.
의사는 맨날 같은 잔소리를 반복한다.
“스트레칭 열심히 하시고요, 바쁜 건 알겠고 요즘 사회 분위기도 그렇지만 일주일에 한 번 치료 빠지지 마세요. 이제 사고 난 지 오래되었고 이쯤 되면 만성통증으로 굳어간다 봐야 하는데 그럴수록 치료에 소홀하면 안 돼요. 그런데 치료 빠졌는데 오늘은 몸 상태가 나빠지진 않았어요.”
의사의 칭찬 아닌 칭찬(?)을 듣고 기분이 좋았다.
“열심히 108배도 하고, 틈틈이 스트레칭하고 다이어트를 해서 살을 좀 뺐어요.”
말하니. 의사는 잘했다고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은 제발 치료를 받으러 오라 한다.
40대의 다이어트는 달라야 한다. 20대에는 워낙 활동량도 많고 기초대사량도 높다. 30대만 해도 조금 신경 쓰면 되었다. 그러나 40대가 되니 기초대사량도 떨어지고 노화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다이어트는 언제나 실패하고 오히려 요요를 부를 수 있다는 실패의 경험을 몸이 알고 있다. 그래서 40대의 다이어트는 꾸준히 계속되어야 한다. 습관을 바꿔 계속해서 할 수 있는 나만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
나는 108배가 맞다. 천천히 꾸준히 계속할 수 있을 것 같다. 무릎도 아직 괜찮고, 마음이 편해지는 효과도 있다. 혈액순환에 좋고 무엇보다 나의 숨은 뱃살이 빠지고 있다.
솔직히 운동만으로는 답이 없다. 식습관도 철저하게 바꿔야 한다. 나는 삼시세끼 집밥을 먹고, 밥양도 많지 않으니 줄이지는 않는다. 대신 시간을 조절한다. 16-8의 강력한 간헐적 단식은 아니지만 최소 12-15시간은 공복을 유지하려 애쓴다. 무엇보다 갑작스러운 과식이 문제다. 다이어터에게는 일주일에 한 번이나 한 달에 한 번 치팅 데이를 두는 게 좋다고 한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식단을 제한하지 않기 때문에 가끔 모임이나 회식 등으로 고기나 술을 많이 먹은 날이면 그다음 한 끼는 케일 바나나 주스로 가볍게 먹는 정도면 충분하다.
잠을 푹 잘 자는 것도 중요하다. 요즘 들쑥날쑥하기는 해도 졸리면 아무 때나 자려한다. 극단적 불면 치료 방법인데(의사와 상의했어요) 침대에서 자기 전에 꼼지락거리는 시간은 좀 줄었다. 대신 꿈을 많이 꾸고(그것도 선명하고 생생한 컬러 꿈) 일어나서 꼼지락거리는 시간이 길어졌다. 잠이 좀 부족한데, 대신 몰아서 자기도 한다. 몰아서 자는 것이 규칙적인 수면에 더 방해가 되고 피곤이 풀리는데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하지만 불면에 대한 강박은 덜하다.
40대의 다이어트는 계속 꾸준히, 습관처럼 친구처럼 함께 해야 한다. 이렇게 쓰고 보니 엄청 성공한 것 같지만, 사실 앞으로 그렇게 하자는 나의 다짐이다. 나는 또 SNS의 매직을 믿으니까!
루이스 캐롤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체셔 고양이가 말하듯, 원하는 대로 하려면 그것이 무엇이든 원해야 하고, 도착하려면 도착할 때까지 계속하면 된다!
몇 년 전 인터넷 쇼핑으로 잘못 산 원피스가 하나 있다. 사이즈가 하나였고 그 쇼핑몰의 옷은 평소 잘 맞는 편이었는데, 배송온 것을 보니 S사이즈. 지퍼가 올라가지도 않았다. 반품시기를 놓쳐 누구를 줘야 하나, 버릴까 하다가 그냥 벽에 걸어두었다. 아마 입을 일은 없을지 모른다. 치마 길이가 너무 짧다. 그래도 돈 주고 산 옷을 못 입을 정도로 살이 쪘다니 반성해야 해! 하는 의미였다.
혹시나 입어보니 지퍼가 올라간다. 고이 숨겨두었던 뱃살이 빠진 덕분이다. 아직 팔은 움직일 수 없다. 저 원피스를 편하게 입을 만큼만 빠지면 좋겠다!